용사님이 모험에게 가는 게 아니다 용사님이 모험이다 감상

대상작품: ADHD 용사님 (작가: 노르바, 작품정보)
리뷰어: 일요일, 2시간 전, 조회 9

요즘 고개를 돌리면 어디에나 ADHD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책도 많이 나오고 정보도 꽤 있다. 인터넷에서 테스트를 해보면 내가 ADHD인지 알아볼 수도 있고(공신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관련된 농담들도 우르르 쏟아진다. 그런 가운데에 나는 가끔 생각한다.

이런 정보가 좀 더 빨리 나왔으면 내 인생이 많이 바뀌었으려나? 그렇지만 난 이렇게 너무 오랫동안 살아왔는데! 이건 이미 나야!

ADHD가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 곁에는 그런 신경다양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흔히 투덜댄다. 아니 다 그렇게 사는 것 아니냐고! 나만 그래? 우리는 그저 웃어넘긴다. 고난과 시련이 모험을 떠나지 않는 도시 속의 현대인에게도 있다. ADHD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도시 속의 꽉 짜여진 삶이 얼마나 모험과 고난으로 가득차있는지 이해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사람이 판타지 소설의 세계의 주인공이라면 어떨까. 준비물을 챙기는 것을 잊고, 검을 가져가는 것도 가끔은 잊어버리고, 약속 장소에 가는 것은 딱 5분씩 늦는 사람이 세계의 주인공이어도 될까? 여기선 된다. 제목부터 된다고 크게 외치고 있다.

ADHD 용사님은 용감하게도 누가 한 번 긁었다는 이유만으로 용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에게 준비된 자질이 없는 건 아니다. 그는 훌륭한 검사고 천재 무술인이고 집중력도 가끔은 굉장히 좋고… 학교도 나왔다. 제맘대로 행동하지만 어쨌든 굉장히 괜찮은 용사적 재능을 가지고 있다.

자질이 뛰어나고 재능이 있고 의지와 의욕도 있는(가끔은 없어지기도 하지만서도) 용사님은 자신이 가진 장점을 크게 발휘하고 단점은 점점 적응해가면서 자신만의 길을 향해 나아간다. 기특하게도 동료도 만들고 목표를 완전히 저버리지도 않는다. 간단한 건 잊어버려도 복잡하고 큰 것은 잘 이해하는 용사님에게 농사만큼이나 모험도 괜찮을지도 모른다.

멀리 돌아서 가는 모험은 슬픈일만 있지는 않다. 나이먹어서 아직도 배움에 열광하는 사람에게 현대 한국인들은 왜 경제적 이유를 더 고민하지 않느냐 사회적 이유를 고려하지 않느냐 말할 것이다. 그렇지만 용사처럼 좀 느리게 돌아서 가는 사람도 있다. 늦잠자는 용사도 늦게 모험을 떠나려고 의도한 건 아니다. 그냥 가끔은 너무 재밌는 브릿G 소설을 읽느라 새벽까지 뜬눈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과 같은 일이 있기 마련이다.

용사님의 삶은 모험 그 자체나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용사도 자기자신에게 적응하고 있지 않은가. 느리더라도 굴곡이 생긴 인생을 즐기며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함께 모험을 하자. 용사와 용사의 단순하지 않은 삶처럼 잘 가보자.

조금 느리지만 재미있게 인생을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ADHD 용사님>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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