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예술가들의 초상 공모(감상)

대상작품: 당신의 슬픔은 아무도 모른다 (작가: 선연, 작품정보)
리뷰어: 라이트, 4시간 전, 조회 9

『당신의 슬픔은 아무도 모른다』는 슬픈 로맨스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예술가의 고통, 존재의 상처, 그리고 구원에 대한 비극적인 질문이 조용히 스며 있다.

주인공은 화가다. 삶이 무너진 채 죽음을 결심한 그녀는 신체가 점차 붕괴되는 병을 앓고 있는 조각가 K를 만나게 된다. 화자는 그런 그를 보고 “당신을 그리고 싶다”라고 말한다.

마음이 붕괴된 화가와, 몸이 점점 붕괴되는 조각가는 서로를 천천히 알아가고, 깊이 사랑하게 되지만 이 사랑은 끝내 구원이 되지 않는다. 화자는 그를 통해 삶의 온기를 다시 잡아보지만,

조각가는 끝내 자신을 구하지 않고 파괴되는 쪽을 택한다.

이 소설은 화자의 내면 독백으로 서사를 이끌어간다. 그녀의 감정선은 너무도 무겁고 깊다. 읽는 내내, 마치 수분을 잔뜩 머금은 스펀지처럼 슬픔에 젖고, 가라앉다 누군가 말려주지 않으면 그대로 사라질 것 같은 감각이 밀려들었다.

조각가 K의 삶은 단지 육체의 고통이 아니다. 그가 짊어진 가족사는 고통의 기원이며, 그를 파괴한 가장 본질적인 슬픔이다. 부모의 이혼과 더불어 조부모에게 맡겨지면서 그들의 보살핌 속에 숨겨진 학대를 안고 성장한 아픔을 지닌 그는 화자가 지닌 내면의 상처를 알아본다.

“당신도 오랫동안 슬퍼했군요.”

이 한마디는 이 소설 전체를 통틀어 가장 조용하고 강력한 장면이다. 슬픔을 말하지 않았던 사람에게서, 그 슬픔을 알아보는 이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건너온 순간. 슬픔은 말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알아봐 주는 것이구나 싶다.

화자는 말한다.

“K 씨의 붕괴를 막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내 붕괴는 K 씨가 멈춰줬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감사 인사는 아니에요. 이런 일도 있다고 알려주고 싶어서요.

그렇게 오래 나를 괴롭히던 힘도, 언젠가 약해지는 때가 와요.”

이 문장에는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독자에게 건네는 가장 다정하고 조용한 위로가 담겨 있다.

조각가 K는 결국 그녀를 떠났고, 그를 사랑한 화자는 여전히 살아 있다.

사랑이 없는 세계는 지옥이었습니다.

당신이 없는 세계는 지옥이었습니다.

삶은 공정하지 않지만,

단 하나 공정한 사실이 있다면

우리는 슬픔을 나눌 줄 아는 동물이라는 겁니다.

화자는 끝내 전하지 못한 고백을 그림으로 남기고, 그림 속 색은 아직 칠해지지 않은 새벽하늘로 남아 있다. 언젠가 그의 곁으로 갔을 때, 당신이 마지막으로 본 하늘의 색이 무엇이었는지 묻기 위해.

조각가 K와 화자는 사랑했지만 구원하지 못한 관계였고, 그 사랑은 완성되지 않았지만, 서로의 심연을 바라본 사람들이었다. 화자는 K를 통해 삶을 다시 붙잡았고, K는 끝내 구원을 거부했지만, 그녀에게는 그를 사랑한 시간이 곧 살아갈 이유가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소설이 깊게 건드리는 것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 이후에 홀로 남은 사람의 상실감이다. 그 감정은 단지 ‘슬픔’이라고만 말할 수 없다. 그렇기에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 화자가 말하지 못했던 마음을 그림으로 남기는 장면은 단순한 추모가 아니다. 그는 끝내 닿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를 사랑했다는 기록. 그 슬픔을 품은 채 살아가겠다는 한 사람의 조용한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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