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상은 늘 반복되지만 하루하루가 다릅니다.. 어제의 하루와 오늘의 하루가 다르고 어제의 몸과 오늘의
내 몸의 상태가 다릅니다.. 하지만 늘 일어나는 시간, 변함없이 반복되는 행동, 출근, 업무, 퇴근, 뭐 이런 하루의
일상은 반복되는 시간과 또 다르지 않습니다.. 매일 매일 그 내부적 상황들은 늘 차이가 있지만 한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는 나의 일상은 어제와 오늘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번 주와 이번 주도 딱히 다르지 않죠,
나에게 주어진 삶의 틀에서 늘 시간은 흐르지만 생활은 반복됩니다.. 시간의 단위를 뭉쳐놓고 보면 일상의 반복은
큰 변화가 없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쪼개어 나눠서 보면 늘 변화무쌍한 시간의 흐름을 우린 알 수 있죠,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일상에서 우린 하루하루를 바꿔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늘 함께하는 시간의 틈바구니 안에서 내가
바라본 아이는 크게 변하지 않지만 내 시간의 영역을 벗어난 곳에서 들여다본 아이는 어느새 훌쩍 커버리는거죠,
며칠만에, 몇 달만에, 몇 년만에, 본 아이에게 주변인들이 하는 이야기가 그러합니다.. 그렇게 시간은 늘 한결같으
면서도 늘 다르게 흘러갑니다.. 반복되는 듯한 시간은 늘 미래를 향해 흘러가고 있는 것이죠, 조금씩 조금씩,
시간의 반복을 다룬 타임루프물은 영화적 소재로 많이 사용되는 설정이죠, 꾸준히 반복되는 소재이기도 합니다..
바꿀 수 없는 운명의 시간을 어떻게해서든 바꾸보고자 노력하는 이런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소설이나 미
디어에서는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이 끊임없이 동일한 하루를 변화시켜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결국 바꿀 수있는
뭔가 찾아내는 결론으로 이야기는 진행되곤 하죠, 단순한 생각으로 반복되는 타임리프의 시간에 내가 들어가 끊임
없이 동일하게 이루어지는 하루의 시간이 나로 인해 변화된다는 느낌은 일종의 ‘신’적 황홀감을 느낄 수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루동안에 이루어지는 인간의 농밀한 시간의 내면을 반복되는 시간의 흐름속에 나만 그들을 알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은 상당한 자극적인 관음증적 욕망과 타인을 조정할 수 있다는 신적 판단으로 스스로 착각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렇다보니 타임루프물이 선보이는 방식으로 대중들은 일종의 시간을 변형시키고 자신의 의지대
로 뭔가를 해낼 수 있다는 대리만족을 책이나 미디어를 통해 즐기는 것이라꼬 그래서 좋아하는 스토리라꼬 전 생각
하는거죠, 아님 말고
그렇다보니 이런 타임루프를 소재로 한 작품들은 대체적으로 전형적인 서사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각각의 작품들마다 조금의 차이와 잔재미는 있을 지 몰라도 뭔가 대단한 반향을 일으킬만한 임팩트가 큰 작품은 개
인적으로도 아직까지는 크게 느껴보지 못한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접하기 시작한 초창기에 느꼈던 재미만큼 새로
운 것도 없는게 솔직한 심정이구요,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 “안녕, 아킬레우스”의 시작점은 딱히 흥미로운 부분이 없
어보이는 일반적인 타임루프의 로맨스와 SF와 약간의 긴장감을 다룬 루프물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읽어내려간 것
도 사실입니다.. 소설이 시작하는 첫문장의 내용으로 미루어 대단히 평온해보이는 것이죠, 낮게 드리워진 햇살이 건
물의 사이로 비추고 아침이 조금씩 시작되는 유럽의 어느 오래된 광장의 카페의 모습은 이러한 일상의 나른함이 깃
들어 있습니다.. 이 카페의 주인은 마스터라는 남자입니다.. 그리고 지니라는 종업원이 하루를 열죠, 이 곳에 한 남자
가 찾아옵니다.. 피터라는 이름의 남자는 타지에서 이곳으로 우연히 찾아온 사람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피터
는 타임루퍼를 찾아내는 일을 하는 일종의 공무원인 것입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타임루프의 공간이나 그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타임루퍼를 찾아내 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시하는 것이죠, 결론적으로 피터의 일은 이들에게 다
가가 루프을 해체하거나 그속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우연히 발견한 타임루프의 공
간으로 뛰어들어 며칠째 반복되는 시간속에서 마스터를 확인한 후 어제와 같은 오늘 마스터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
하는 거죠, 마스터는 시간의 두께를 본 피터가 자신을 찾아온 상황과 타임루프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전해듣
고는 오후에 다시금 피터와 만나기로 합니다.. 그리고 오후 그를 찾아간 피터는 어떠한 경위로 마스터의 타임루프의
공간이 생겨난 것인 지 대강 알게 되죠, 그리고 그의 마지막 요구와 함께 며칠동안 피터 자신이 눈여겨보았던 지니와
의 만남을 주선한 마스터의 의도에 따라 하루를 새롭게 보내게 됩니다.. 그리고 깨어난 어제와 같지만 완전히 다른 오
늘, 피터가 만난 마스터는 이전과는 다른………
그렇습니다.. 여기까지의 줄거리만 보더라도 기존에 우리가 보아왔던 타임루프물과 딱히 다른 점을 발견하기 쉽지
않습니다.. 사랑이 있고 하루가 있고 늘 변함없이 반복되는 인간들이 있는 것이죠, 그들의 내면과 사랑과 욕망은 하루
만에 끝이 나기 때문에 늘 바꾸기가 쉽지 않습니다.. 짧은 하루동안 인생을 바꾸기가 쉽지 않은 까닭인거죠, 이 소설
에서도 초반에 이런 드라마틱한 상황적 이야기로 흘러가는 듯 합니다.. 하지만 이 줄거리의 다음으로 이어지는 이야
기는 일반적인 느낌의 타임루프와는 성향 자체가 달라집니다.. 자극적 스릴러의 극단적 형태로 이어지죠, 뭐랄까요,
인간의 악의적 본성의 잔학무도한 성향이 떡하니 등장하게 됩니다.. 이로 인한 반전적 임팩트는 상당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타임리프라는 반복적인 시간의 흐름이라는 배경에서 큰 무리없이 독서적 즐거움으로 주인공이 어떻게 사건
을 해결해 나갈 지 궁금한 흥미로움으로 이어집니다.. 이 와중에 벌어지는 타임루프속에서 벗어나려는 자와 가두
려는 자의 대결은 상당한 긴장감을 보여주면서 독자들에게 ‘어디서 딴 짓하려고, 소설속에서 눈 떼지마,’라고 하는 듯
합니다.. 상당한 재미입니다.. 일반적인 타임루프물이 주는 설정적 잔재미와 함께 인간의 본성적 감성을 자극하는 악
의적 스릴러는 제가 딱 좋아하는 장르적 느낌인지라 무척 흥분되더군요, 그러다가 후반부에 벌어지는 상황의 극적
반전은 아휴, 하면서 정말 뜨악, 했습니다..
작가님께서 만들어내시는 서사적 느낌은 전작들에서도 느꼈지만 상당히 즐겁고 매력적입니다.. 좋은 반전과 임팩트
도 여느 단편소설에서 느끼는 일반적인 감상보다 상당히 흥미로운 장르적 기운이 가득해서 개인적으로도 좋아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도 몇번에 걸친 반전의 구성이 개인적으로 충분히 좋았습니다만 마지막 상황적 반전과 인간의 자
극적 욕망의 근원을 표출한 내용은 조금은 과한 느낌이 들어서 중년의 뚱떙이 아저씨로서는 어색한 느낌이 들었습니
다.. 물론 젊은 세대나 장르의 감성에서도 보다 대중적인 자극성을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충분히 즐거운 설정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그냥 저로서는 그런 조금은 눈살 찌푸려지는 느낌이 들어서 아쉬었다는 것이구요, 또 하나는 일단은
주인공이라는 피터의 존재가 평범한 사람이 아닌 타임루프의 공간을 넘나드는 나름 전문적인 에이전트로서의 느낌
이 강한데 그의 역량이나 느낌이 너무 일반적인 성향에 따라 좌우되다보니 전반적인 긴장감에서 조금은 아쉬웠던 느
낌도 들구요, 무엇보다 아킬레우스와 거북이라는 관계적 개념에 대해서 카페의 이름도 러닝터틀이고 후반부에 등장
하는 여인의 이름도 카메노 하시리라는 거북이 달리기라는 단어에 비유되고 제논의 역설에 따르면 아킬레우스가 거
북이를 절대 이길 수 없는 것으로 이야기하고 뭐 이런 상황적 역학관계를 보여주시는데 늘 말씀드리지만 제가 무식
하니까요, 제목이랑 내용이랑 정확하게 인식되지 않는 개인적 무식함에 대한 안타까움은 있었습니다..
가능하면 많은 작가님의 작품을 읽어보려고 노력하는데 개인적으로 취향에 맞는 작가님의 작품을 선호하는거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몇몇 작가님은 개인적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독서를 하게끔 해주시는 분들이시라 이번 작품도
전 상당히 재미지게 읽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장르적 취향과 단편이 주는 반전적 임팩트도 나쁘지 않았구요, 전형적
인 느낌의 타임루프물에서 볼 수 없었던 자극적인 범죄적 성향의 인간의 은밀한 악의적 본성을 대단히 흥미롭게 다
뤄주신 것 같아서 전 즐거웠습니다.. 몇몇 아쉬운 부분은 충분히 작가님께서 다듬고 만들어나가실 부분이라 개인적
으로는 큰 문제가 안된다고 보구요, 늘 그렇듯 이곳에서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시는 작가님께는 개인적으로 지적이
나 고칠 부분을 말씀드리는 것보다는 응원만으로도 충분히 힘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물론 제가 잘난 것도 없는
아주 일반적인 대중독자라서 전문적인 말씀을 드릴 수도 없지만,) 가능하면 좋은 말씀만 드리려고 합니다..
그래서 전 달바라기님의 작품이 좋습니다.. 읽어서 즐겁고 재미집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집필해주셔서
브릿G외에도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작가님으로 성장하시길 기원합니다.. 더운 여름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