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첫작품은 아니신 거 같습니다. 감상

대상작품: 삶의 나머지 (작가: 무영무희, 작품정보)
리뷰어: 글씀이, 1시간 전, 조회 21

우선 해당 글은 의뢰를 받았으나, 딱히 대가를 받지 않고도 작성하고 싶어 작성함을 밝힙니다.

‘삶의 나머지’는 옛 무협소설, 그중에서도 로우파워 무협에 가까운 군상극이다. 서로 다른 목적과 사연을 가진 인물이 은원으로 엮긴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난도가 있는 작품이다. 거기에 여러 인물의 시점과 시간을 자주 넘나드는데, 특히 ‘구복’의 일기가 10년, 7년, 6년 등으로 점차 짧아지며 주연의 심리 서술과 함께 몰입을 유도한다. 또한 복잡한 이해관계를 정리하는 방식으로도 사용된다.

우선 소설의 장점은 군상극의 장점을 잘 살렸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시간과 인물의 시점에서 교차서술은 처음에는 복잡하나, 구복의 일기로 선행적 시간순으로, 구복을 중심으로 진행하기에 후반부에는 난해함이 줄어들며 현재 사건과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또한 인물이 많음에도 주요 인물인 마정과 구복, 악역인 뇌노호와 조력자 황보탁 등 그 모두 같은 비중을 배분하지 않고 중요도에 따라 차등을 두었다. 그렇기에 주단, 구복, 마정, 전철, 석고, 백화 등 산채의 여러 인물이 나와도 마정의 배신과 구복의 방황, 뇌노호의 악행과 황보탁의 산채토벌이란 전반적 면모를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구복의 그림 위조에서 나타나는 세부적 요소들이 선명하게 묘사되어 장면을 자체로 재밌게 만든다. 각 작가의 화풍이라던가, 너무 완벽하기에 오히려 진짜가 될 수 없다던가 등의 요소에서 작가의 정성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좋았던 점은 구복의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 간다는 것이다. 구복은 산채를 떠나 있었고, 황노인의 곁에서 방황하였다. 그런데 산채에 돌아오는 시점은 이미 상당한 이야기가 진행된 시점이다. 여기서 구복이 방황의 결과이자 깨달은 바로 인하여 사건을 수습하고 이끈다 하더라도 이질감이 든다. 그건 구복은 산채 토벌 사건에 대한 정보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사건의 주동자나 조력자가 아닌 관찰자에 가까운 인물이기에 구복의 서사가 산채의 사건과 겹쳐지기 어렵다. 하지만 여기서 구복에게 마정의 죽음을 보여주고 방황의 결론을 내리는 걸 미뤄둠으로써 이해를 위한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 시간 동안 독자에게도 구복에게도 사건을 정리하고, 석고의 행동을 어떻게 이해하는지로 구복의 서사와 작품 전체의 서사를 교차시킨다. 계속 평행선처럼 곁에 있지만 흘러가던 두 서사가 마지막에 같은 종착점에서 만나는 것이다. 그림이 사람을 구할 수 있냐는 질문은 “구할 수는 없으나 누군가를 비추어 스스로를 구할 수 있게 만든다.”라는 말로 마무리 짓는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구복이 석고를 어떻게 대해야 되는지와 연결된다. 석고가 차마 선택하지 못하고, 구원하지 못한 삶의 나머지 부분인 마정의 마지막을 그리고 비춤으로써 오히려 석고가 스스로를 구원할 길을 제시하였다. 잊지 않을 수 있도록, 왜곡하지 못하도록 참혹한 모습의 마정은 역설적으로 석고를 비추며 삶의 나머지를 볼 수 있고, 자신을 구원할 기회를 준다. 이렇듯이 서로 다른 목적과 입장을 가진 군상극인 구복의 그림으로 마무리 지어진다.

다만 모든 글이 그렇듯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우선 군상극의 특징상 여러 인물의 여러 시점이 나타는 건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장면 전환이 매끄럽지는 않았다. 시간과 인물의 이름으로 시점을 명확하게 한 건 이해에는 좋으나, 흐름을 끊기도 한다. 거기에 작 장면들이 시점이 바뀌었다곤 해도 전지적 시점에서 사실 설명과 같은 방식으로 압축된 정보가 쏟아지기에 초반 이야기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 구복의 일기 이전에 나타나는 여러 시점들이 그 경우이다. 마정의 동기와 다른 인물들에 대한 정보가 나와야 하지만 그럼에도 더 다른 시점에서 자연스럽게 녹이거나 깔끔하고도 유려하게 전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등장인물 적인 측면에서는 석고의 심리에 의문이 남는다. 그가 마정을, 그것도 배신과 사건의 끝자락에서 차마 그녀를 돕지 못한다는 건 이해할 수 있다. 그가 마정의 부탁을 받고 삶의 나머지인 마정이 아닌 다른 걸 선택했다는 점도 이해 가능하다. 그럼에도 석고의 심리 묘사와 분량이 더 있었으면 한다. 구복과 마정은 각자 위조와 도적질이라는 각 장면에서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걸 하나로 잇는 건 뇌노호이면서도 석고이다. 그런데 뇌노호에 비하여 석고의 분량이 매우 적은 편이기에 그의 심리와 사건 이해에 시간차가 생기며 좋지 않은 의문이 느껴진다.

작품의 거시적인 부분이 아닌 세부적인 부분에서도 단점이 보인다. 우선 하나의 문장에서 동일 인물을 동일한 대명사로 여러 번 지칭하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또한 첫 장면에서 인물을 명시하지 않고 대명사로 지칭하는 등, 이해에 제동을 거는 부분이 다수 보인다. 또한 ‘그러나’라는 접속사가 짧은 분량 동안 빈번히 사용되며 ‘보너스’등에 대한 작품 분위기와 맞지 않는 외래어도 보인다.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줄어드나 이 부분은 퇴고를 통하여 조금 더 매끄럽게 다듬을 수 있다 생각한다.

마치며, 이 글은 세부적 문장이 매끄럽지 못하고, 군상극의 연결고리가 약하다는 아쉬움은 있으나 군상극의 장점만큼은 살려냈다 할 수 있다.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게 처음이시라 들었으나 이상할 정도로 옛 무협지가 생각난다. 연세가 조금 있으신 기성 작가 분이 초고를 보여주시는 건가 싶을 정도다. 연결고리 부분은 추가 분량을 넣으면 될 문제이고 문장은 퇴고하여 고치면 된다. 복잡한 장면 전환도 각 화의 분량을 늘리는 더욱 자연스럽고 이해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고칠 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 문제의 해결법이 명확하고 불가능한 것도 아니기에 매우 고무적인 아쉬움이라 생각한다. 아예 엇나간 글이면 아쉽지도 않으며 답이 없으면 답답하다. 그러나 이 글은 둘 모두 아님이 중요하다. 19화 동안 달려오며 의무감은 없었고, 이후에 후회도 없었다. 부디 다음 장편도 건필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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