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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의 결말을 포함합니다.
울고 있거나, 웃고 있거나
제가 이 소설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으로 느꼈던 것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위치를 전복시키는 구조였습니다. 우선, ‘울고 있다’는 이미지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연민과 동정을 떠올렸습니다. 조금은 과한 해석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쩌면 그 동정이 가해자에게까지 이어지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반면, ‘웃고 있다’는 감정은 복수의 통쾌함을 나타내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그 웃음이 서늘해 보였습니다.
결말에서 피해자의 입장이었던 정은은 여인이 민주를 해하려는 것을 방조하면서 미소를 짓는데요. 저는 이 장면이 섬뜩하게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클라이막스에서 경수가 복수를 당하는 장면을 본 독자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작품은 바로 그 지점에 주목합니다. 정은의 할머니가 말씀하신 ‘우는 것은 괜찮아’라고 하는 대사를 다시금 떠올리게 하며, 독자가 느꼈을지도 모를 복수의 카타르시스가 얼마나 위험한 감정인지를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배경 설정이 기이하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급식 대신 도시락을 먹습니다. ‘시간이 거꾸로 간다’는 설정은 어쩌면 사회적 계층이 뚜렷하게 나누어지며, 온정이 있던 세상이 더욱 각박해지고 퇴화해가는 것 같다는 은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소설이 하나의 우화처럼 읽히기도 했습니다.
사소한 문턱들
최근 들어서 가독성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글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작가가 불친절하게 써서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제 독해 방식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독해력이 좋지 않은 저 같은 독자의 입장도 궁금하실 것 같아 몇 자 적어 봅니다.
제가 작품 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작은 문턱을 만났습니다.
1. 제목과 지은이가 본문에 포함될 필요가 있는가.
이 소설의 본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울고 있거나 웃고 있거나
글 엄성용
제가 무슨 말씀을 드리려는지 아실 듯합니다. 정말 사소한 사항입니다. 그렇지만 소설의 첫인상을 만드는 부분이기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이러한 사소한 지점이 독자가 작품 속으로 바로 진입하지 못하고 멈칫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2. 이야기를 사건으로 시작하면 어떨까요?
이 소설의 첫 문단과 두 번째 문단은 주인공 정은이 처한 상황에 대해 서술하며 시작됩니다. 그런데 저는 이 서두를 조금 더 가볍게 만들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처음부터 많은 정보가 쏟아져서 약간 버겁다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세 번째 문단은 아래와 같이 구체적인 사건으로 시작합니다.
정은의 자리는 창가 쪽 구석이었다. 점심시간이었다.
저는 이 세 번째 문단에서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되면서 배경 또한 자연스럽게 이해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장면이 먼저 나왔다면 초반의 진입장벽이 조금 낮아지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봤습니다.
3. 세 번째 문턱 : 이해하기 어려웠던 문장
정민은 유일하게 정은이 알고 있는 이 동네의 법칙에서 벗어나 있는 존재였다.
저는 이 문장 앞에서 잠시 멈추었습니다. 문장 구조 때문인지 뜻을 한 번에 짐작하기 어려웠거든요. 보다 명확하게 쓰여진다면 독자가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주제 의식이 뛰어난 작품인 만큼, 사소한 사항들만 보완된다면 더 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
부족한 리뷰입니다만,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