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이요? 안삽니다. (스포일러 포함) 공모(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자살 주식회사 (작가: 소현수, 작품정보)
리뷰어: 루주아, 17년 8월, 조회 124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계속 뭔가가 찜찜하더라고요. 장르가 블랙 코미디면 찜찜하면서 재밋어야 하는데 찜찜하기만 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아마도 끝에 최순실, 더 정확히는 유병언과 세월호 이야기가 들어가 있기 때문인거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삐딱하게 보게 되더라고요.

찌질한 작가 지망생 병구가 자살 주식회사를 만나 자살을 기도하지만 실패하고, 그러던 와중 국가에 큰 일이 생겨 민간대상 사업에서 철수한단 말을 들으며 지금 일어나는 국가적인 큰 사건과 자살주식회사를 연결시키면서 다시 창작욕에 불탄다. 이게 그럼 어떤 아이러니를 제공할까요? 그러니까 작품의 테마가 뭐죠?

그래서 왜 자살인가요? 블랙 코미디고 자살이 소재인데 자살을 왜 하는지가 나오지 않습니다. 이건 그냥 발끈한 거잖아요. 어떤 이유로 아 죽고싶다! 란 말버릇과 병구의 결심이 구분되나요? 조금 돌아가지만 자살할 용기로 살아가자가 아닌가요?

돈이 없으면 자살조차 힘들다? 이런 테마라면 태민 이야기를 좀 더 했으면 어떨까요? 가장 돈이 안되는 민간자살대책실 실장으로 좌천되었다거나, 상담 도중 계속해서 부자들의 전화를 받으면서 은연중 병구를 무시한다거나요. 소설 내에 자살주식회사가 빈자와 부자를 차별한다는 암시가 없네요.

또한 일관성도 없어 보여요. 무거운 소재를 완전 무겁게 다루거나, 혹은 완전히 가벼운 것마냥 다루면서 코미디가 생겨나는 것 아닌가요? 이건 그냥 두서없음과 체계없음에 불과합니다. ‘사측에서야 당연히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은게 사실이고요.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와 ‘이번 한 번은 무효로 하고 다시 시도할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가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에비앙 생수는 빼고 보냈다, 약물은 비싸서 한번만 제공된다가 같이 나오니 대단히 혼란스럽습니다.

최종적으로 병구는 자살에 실패하고, 서민에겐 자살 조장, 부자에게 자살 조력 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그게 주제라면 서민과 부자의 자살이 어떻게 다른지 좀 더 많은 암시를 해줘야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정재계의 석연찮은 자살이 많다고 했는데, 그렇게 말하면 오히려 암살을 떠올리게 되요. 서민은 그런 상황에서 자살을 택하지만 부자들은 그런 상황에서 유학, 칩거, 해외파견 등 더 많은 도피수단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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