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이기심의 범위.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잘난 사람에게는 마귀가 산다 (작가: 매도쿠라, 작품정보)
리뷰어: 에프로, 17년 8월, 조회 48

일단 저는 전문 리뷰어라던가 대단히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말하겠습니다. 브릿지라는 플랫폼도 모르다가 트위터에서 지나가다 본 이 글 때문에 가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저 작가님께 제 감상평을 전달해드리고 싶어서 이 글을 쓰려 합니다. 분석적인 글이 아니라 말 그대로 저의 감상평입니다.

 

인간의 이기심이 제일 끔찍하다… 너무나 공감이 되었습니다. 그것도 이타심으로 포장된 이기심이라는게.

작중에서 화자는 아내와 어머니의 갈등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가 결국 끔찍한 선택을 하게되는데, 화자의 시선으로 글을 읽어서인지는 몰라도 순간 무리없이 공감이 되었고 전 이게 이 사람의 화법이 자기위로적? 자기합리화를 하는 듯해서라고 느꼈어요. 그런데 한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런 것에 공감하게 된 이유가 과연 화법때문일까? 나 자신에게도 이런 생각을 했던 순간이 분명 있지 않나?

네 그랬습니다. 민망하지만 개인사를 구구절절히 늘어놓자면 저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 없이 아버지와 할머니 밑에서 자랐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저에 대한 집착과 소유욕이 유독 강하셨고 자기고집도 매우 세셨습니다. 저를 논리없이 옭아매고 본인이 원하는대로 움직여야했는데 자타 모두 이것을 “사랑해서” 라고 말했지요. 이게 잘못됐다는걸 아는 다른 가족도 할머니라는 권위때문에 그저 어쩔 수 없다는 듯 저를 달래거나 오히려 나무랐습니다. 할머니께서 이타심으로 가장한 이기심으로 저를 다루신거죠. 그래서 저는 사랑을 싫어했습니다. 정은 차라리 이해가 가도… 하지만 사랑은 죄가 없으니 최근엔 “이런걸 사랑이라고 포장하지마라” 라고 말하고 다닙니다.

하여간 이러한 압박에 저는 최근까지도 시달리고 있고 결국 몇 년 전부터는 패륜아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대들고 막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할머니께서 괜히하는 말인 “내가 죽어야지, 늙어서 죽어야지” 하는 데에도 감싸는 말보다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그럼 죽어.” 라고까지 대꾸하는 지경입니다. 끔찍하지요. 할머니의 그 이기심에 저도 마귀가 되어간겁니다. 저도 이게 뭐라고 이제 다 늙으신 할머니를 잘 모시고 편케 해드려야하는데 할머니 한정으로 분노조절장애라도 있는 것 같습니다. 주변 가족들도 오래묵은 감정의 인과관계를 알고 저의 반응을 반쯤은 묵인하는 상황이지만 이런 저를 저는 “할머니가 나를 괴롭혀서 그래. 할머니 때문에 내 인생은 망가졌어.” 라고 합리화시키고 있다는걸 새삼 이 글을 통해 되돌아보았습니다.

여담인데 심지어 어머니께 강아지를 키우게 하는 부분도 제가 했던 발상과 똑같아서 놀랐네요. 할머니께서 이제 나이가 드셔 편찮으시니 이런 저런 일을 하지 못하고 집에만 계시게 되자 밖에 나간 가족들에게 더욱 집착하고 하루에도 몇 십 통씩(과장이 아닙니다) 전화를 걸고 계시거든요. 그래서 정을 붙일 반려동물이라도 있으면 덜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했었어요. 물론 실행은 되지 않았지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ㅎㅎ
미친 엄마 때문에 가족들마저 미쳐버리고 최악의 선택을 하는 건 전에 어디서 봤던 정신병원에 오는 사람은 정신병자가 아니라 그 정신병자때문에 정신병에 걸린 사람들이라던 말이 떠오르네요. 작지만 저도 할머니의 집착적인 전화때문에 예고없이 전화받는 것에 대해 노이로제가 있습니다. 공적인 전화가 아닌 이상 지인들에게 걸려오는 전화는 모두 끊고 일단 문자로 대화하고 필요가 있다면 그 후에 전화를 하자는 식입니다. 연애도 크게 바라지 않습니다. 한 때는 싫어했죠. 연인 간에 지속적인 연락이 되지 않아 화내고 관계가 틀어진다던가, 문자만 하는 것도 안되고 꼭 전화를 해야하는 부분, 그것도 어쩔 땐 몇 시간을 하는, 그리고 상대방의 인간관계나 생활에 참견을 하고 통제하는 것, 그리고 그냥 밑도 끝도 없이 집착하는 행동들을 너무 많이 봤고 그건 제가 제일 견디기 힘든 상황입니다. 그리고 저는 비혼주의 독신주의입니다. 행복한 가정의 완성을 믿지 않고 바라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저의 할머니같은 존재가 될까봐, 또 제가 누군가에게 저의 할머니같은 모습을 보일까봐 무서워요. 가족은 어쩔 수 없지만 타인한테서까지 이런 스트레스를 받고싶지 않아 선을 긋고있습니다. 왜인지 근거는 없지만 어머니의 교육에 평범하게 살던 남자의 모습같은 맥락이 아닌가…. 화자는 어머니의 말을 충실히 따른 결과이고 저는 할머니의 행동에 질려 정반대의 성향으로 자란게 다르지만 양육자의 영향으로 인생의 방향이 극단적으로 달라진 부분이라는건 같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보니 이 글의 장르가 호러이고 사람들의 반응도 무섭다 정도인 것 같은데 제가 너무 깊히 공감을 해버린 것이 아닌가 싶긴 합니다. 무섭긴 무서운데 단순히 표면적 공포가 아닌 정말 저렇게 되버릴 것만 같아서, 말이 되는 이야기인 것 같아서, 남 이야기가 아닌것 같은 저 자신이 그렇습니다… 작가님의 의도가 뭔지 이 이야기를 이런 맥락으로 이해하는게 옳은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 자체에는 이렇게 큰 공감을 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제가 할머니를 용서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저에게 경고해주는 글이었습니다. 똑같이 되지 말라고. 이렇게 미치지 말라고. 마귀를 깨우지 말라고. 괴로워하는 이기심에 지지 말라고…

음 쭉 쓰고 나서 읽어보니 뭔 말인지 정말 아무말을 써재꼈군요. 하하…

 

좋은 글 감사합니다.

 

 

p.s. 아 그리고 어머니의 평생에 걸친 열등감과 잘남과 평범이라는 소재 부분에서도 느낀 바가 있습니다만, 불필요한 사족 수준이니 덧붙이지 않는게 나을 것 같아 쓰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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