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장례식은 길지 않은 소설입니다. 이 리뷰는 이야기의 전개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혹시 관심이 있는 분들은 지금 읽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두 번의 장례식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그리고 있지만, 이야기는 낯설지 않습니다. 이야기의 소재는 SF에서는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인간의 의식과 몸 그 자체입니다. 전뇌화와 의체화가 보편화된 사회에서, 주인공의 동생 도영은 사기를 당해 자신의 몸을 잃어버립니다. 3일만 빌려주면 거액을 준다는 말에 자신의 몸을 내어 줬지만, 사기꾼들은 도영의 몸을 돌려주지 않고, 도영의 의식을 늙은 노인의 몸에 넣은 채로 도망가 버립니다. 주인공은 그런 동생을 구하기 위해 여러 모로 노력하지만, 실질적으로 해 줄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동생은 늙은 몸에 갇혀 고통받고 있으며, 그런 동생을 위한 병원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니까요.
그러면서 이야기는 전뇌와 의체에 대해 설명하지만, 사실 그것 자체는 그다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습니다. 결국 이 이야기는, 우리의 인간성은 어디에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걸 위해서 인간성의 필수적 요소인 정신과 육체를 마음대로 사고 팔고, 바꿀 수 있는 세계가 제시된 것이죠.
그렇기에 이 소설은 한층 더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이야기의 껍질이라고 할 수 있는 소재는 SF라는 비교적 새로운 느낌이지만, 담겨 있는 주제는 인간성이라는, 비교적 익숙한 종류입니다. 이러한 느낌을 더 강화하는 것은 이야기의 담담한 문체입니다. 이야기는 결코 긍정적으로 흘러가지 않으며, 모든 것이 마법처럼 해결되지도 않습니다. 주인공은 그러한 상황에 절망하지만, 이야기는 개의치 않으며 천천히 담담하게 전개됩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제목과도 같이 주인공이 두 번의 장례식을 치루고 끝끝내 자신의 인간성을 포기하는 부분입니다. 주인공은 동생이 남긴 두 개의 유골함을 보관하기 위해 물류센터를 장기 계약하고 유골함 주위에 제습제를 쌓습니다. 그러나 그 자신은 밖에서 토해 버리고, 자신의 인간성을 포기합니다. 더 이상 동생을 위한 돈이 필요하지도 않은데도 말이죠. 사실 전뇌를 강탈당한 것은 동생이므로, 주인공에게는 어떠한 문제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그 모든 일로 인해, 그 자신도 인간성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죠.
결국 이 소설은 우리의 인간성을 구성하는 것은 무엇이느냐? 라는 질문에 대한 쓰라리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대답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