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심심치 않게 보이는 강력 사건들,
가해자의 처벌에만 주목하게 되고 피해자에 대한 관심은 점차 사라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면
인과응보라는 말은 사라진 지 오래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보통 사람인 내가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면
그 억울함은 누가 보상해 줄 수 있을까. 법이라는 존재는 과연, 가해자를 완전히 처벌해줄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어머니가 살해당한 모습을 목격하게 된 진홍이 7년 후,
어머니가 살아 돌아왔다는 누나의 전화를 받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진홍은 혼란스러워하는 감정을 감추기도 전에 사랑하는 아들을 향해 괴물처럼 달려들며 목숨을 앗으려 하는
어머니의 모습과 직접 마주하게 된다.
희생자들이 살아 돌아와 직접 가해자를 찾아 목숨을 빼앗는 RV의 존재는 무엇일까.
어머니는 왜 가해자가 아닌 진홍을 향해 달려드는 것이며 7년 전 사건의 진실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 작품을 보며 총 36회의 회차가 무색할 정도로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혀질 만큼 흡입력이 엄청났다.
다양한 인물이 나오지만 그들의 눈으로 보는 장면에 대한 생각, 행동 묘사가 매우 흥미로웠고
현실과 이상을 넘나드는 글의 흐름과 반전까지. 짜릿함을 느낄 정도로 완벽하다.
이 작품을 읽기 전엔 막연하게 희생자가 가해자를 복수하는 과정을 다룬 작품이라고만 생각했다.
현실세계에선 있을 수 없는 상황들을 보며 대리만족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진홍과 어머니 명숙, 그리고 또다른 피해자인 박종호 박사와 지민이를 보며
왠지 모를 안타깝고 슬픈 감정에 마음이 쓰리고 아프다.
<눈눈이이> 죽은 희생자가 살아나 가해자를 직접 심판할 수 있는 과정을 보며 속이 시원하다가도
죽은 이후에도 가해자를 처벌하고 소멸해가는 과정 또한 희생자의 몫이라는 생각에 참혹하기도 하다.
그가 판단할 수 있게 하라. 그가 심판할 수 있게 하라.
나 또한 이 말엔 동의하지만 이 작품을 통해 희생자가 또 다른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가장 죽이고 싶은 사람과 동일시되는 과정. 모든 희생자가 그것을 원할까.
하지만 희생자의 아픔을 가해자가 온전히 다 느꼈으면 하는 부분은 매우 동의한다.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입해 만든 SSS
처음엔 그 돈을 가해자를 교화시키는 목적으로 사용하기 보단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위해 투입되는 게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가해자를 괴롭게 만드는 것, 죄의식에 시달려 평생 자신을 증오한 채 참회하는 과정이야 말로
희생자에게 줄 수 있는 최선의 위로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피해자의 가족도 SSS라는 제도를 만든 것도 결국 사람이기 때문에
최고의 형벌은 사랑이라는 말이 공감된다.
현실 세계에서도 누군가를 해하지 않도록, 절대 죄를 지을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형벌제도가 존재하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