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소재를 이용한 이야기는 장단점이 명확하다. 쉽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야기의 구조를 설계하는데 여러모로 도움이 되지만, 자칫 설정이 과해져 버리면 독자들은 이를 비현실적인 이야기로만 치부하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적인상황과 소재를 쓸수록 장르적 요소를 어떻게 현실적으로 녹아내리느냐가 큰 관건이다.
지하철은 제목 그대로 일상의 지하철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작가는 비현실적인 전개로 들어가기 전, 적절하게 ‘작은 사건’을 배치해 상황과 소재의 거리감을 줄였다. 독자로 하여금 조금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일상적 해프닝을 넣은 후, 본격적인 이야기에 돌입하는 영리한 방법을 이용한 것이다. 그로 인해 조금 더 극에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었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지하철 한 칸에서 벌어진다. 제한적 공간에 갇힌 주인공들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깨닫기 급급하다. 2분마다 열리고 닫히는 상태에서 해답을 찾아야만 하고, 헤맬 수록 공포는 조금씩 조여온다. 마치 영화 ‘쏘우’는 보는 것처럼 제한된 공간에서 시간이 주는 압박감은 실로 크게 느껴진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이 반복되는 2분의 시간이 더욱 숨통을 조여온다.
소설은 단순히 상황적, 공간적 압박감을 넘어 모호해지는 선과 악의 모습을 보여준다. 형사와 살인범의 등장은 극의 또다른 활력을 불어넣는다. 맞닥들인 공포 앞에서 선과 악이 명확한 관계인 그들조차 한팀이 되어 서로를 돕는다. 공포 앞에서 다른 바 없는 그들의 모습은 나아가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다.’란 권선징악의 논리마저 무너진다. 그로 인해 공포는 더욱 오리무중에 이른다.
이 소설은 조금 더 길었어도 좋을 뻔했다. 독자에게 마지막으로 ‘생각할 거리’ 남기고 마무리되었지만, 이 작가라면 충분히 다른 에피소드를 넣고, 극을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끝없이 순환하는 지하철처럼 꼬리를 무는 공포가 이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