τῆς ψυχῆς…μόρια τὰ καθ’ ὁρμὴν ἡμᾶς κινοῦντα
충동에 따라 우리를 움직이는 영혼의 부분들
목차
1. 『심장의 운동에 관하여(De motu cordis)』
2. 『심장에 관하여(peri kardiēs)』
3. 「제 딸의 심장을 돌려주시겠어요?」
1. 『심장의 운동에 관하여(De motu cordis)』
Sed hoc ridiculum apparet. In omnibus enim rebus naturalibus proprie passiones alicuius generis uel speciei aliquod principium intrinsecum consequuntur, naturalia enim sunt quorum principium motus in ipsis est; nichil autem est magis proprium animalibus quam motus cordis, quo cessante perit eorum uita: oportet igitur inesse ipsis animalibus aliquod principium huius motus.1
그러나 이는 우스꽝스러운 <의견으로> 보인다. 모든 자연적 사물은 어떤 내적 원리로 인해 유(類)나 종(種)을 고유하게 수용한다. 따라서 자신의 운동의 원리가 그 자신 안에 있는 것들은 본성적[자연적]인 것들이다. 그런데 동물들에게 심장의 운동만큼 고유한 것은 없다. 왜냐하면 그것[=심장의 운동]이 멈추면 그들의 생명 역시 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운동의 원리가 동물들 그 자체 안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2
<De motu cordis ad magistrum Philippum de Castro Caeli 심장의 운동에 관하여: 필리푸스 카스트로 첼리 교수에게 보낸 편지 中>3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시칠리아 왕국 로카세카 1225년~1274년 교황령 포사노바)는 아리스토텔레스(Αριστοτέλης, 칼키디아 동맹 스타기라 BCE 384년~BCE 322년 마케도니아 제국 할키스)의 심장중심론(cardio-centrism)을 수용했습니다.4 토마스 아퀴나스는 아리스토텔레스를 좇아 심장 운동의 성격을 밀어냄(pulsus)과 끌어당김(tractus)으로 제시했는데, 심장 자체가 수행하는 운동을 아리스토텔레스가 팽창과 이완 혹은 수축으로 이해한 것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5
현대 의학 기준으로 심장의 운동은 심장 박동에 의해 폐와 전신을 순환하여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수거하는 혈액의 흐름입니다.6 토마스 아퀴나스는 정념(passio)에 심장이 반응하며, 감정(affectio)이 먼저 발현되면 심장이 이에 반응한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7 13세기 초중반까지 아리스토텔레스 자연철학의 최고 권위자 중 하나였던 사레셸의 알프레두스(Alfredus de Sareshel, 영국 12세기~13세기에 사망)의 저작 『심장의 운동에 관하여(De motu cordis)』가 있습니다.8
알프레두스는 심장이 불수의 운동을 수행하는 까닭은 심장운동이 외적 작용자 혹은 외부의 작인(extrinsic agent)에 의한 강제 운동(violent movement)이기 때문이라 주장했습니다.9 토마스 아퀴나스는 심장의 운동을 강제 운동이라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는데, 토마스 아퀴나스가 ‘본성(혹은 자연)’은 무엇보다도 살아있는 것들의 발생이나 탄생에서 드러나며, 운동하고 있는 것 안에 존재하는 모든 운동의 원리로 확장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본성” 이해를 환기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10
2. 『심장에 관하여(peri kardiēs)』
γνώμη γὰρ ἡ τοῦ ἀνθρώπου πέφυκεν ἐν τῇ λαιῇ κοιλίῃ, καὶ ἄρχει τῆς ἄλλης ψυχῆς.11
인간의 판단(gnōmē)은 좌심실에서 생겨나며, 그것은 또한 영혼의 나머지 부분을 지배한다.12
<심장에 관하여(peri kardiēs)13 10. 12-14 中>
스토아 학파(Stoicism)가, 그들이 ‘헤게모니콘(hēgemonikon)’이라 부르는 영혼의 지휘부 기관의 위치를 심장으로 두고, 그것을 중심으로 ‘프네우마(pneuma)14’의 감각 전달과 운동 전달 기능을 설명합니다. 알려진 바대로, 고대 의학사에서 정신(영혼)의 위치 혹은 인간의 몸을 주재하는 부분이 어디인가, 즉 감각, 운동, 사유의 주재 기관의 위치에 대한 문제에 대한 관점은 ❶ 뇌주설(the encephalocentric view), ❷ 심주설(the cardiocentric view), ❸ 혈액중심설(the haematocentric view)로 언급됩니다.15
그중에서도 『심장에 관하여』의 저자는, 『신성한 질병에 관하여』와 달리, ‘인간의 판단(gnōmē), 인간 사유의 근원지가 좌심실(laia koilia)’이라고 말하며, 그중에서도 ‘좌심실이 지목되고 있는 것은 그것이 동맥의 시작 지점이라는 것과 관련 있습니다. 『심장에 관하여』의 저자는 인간의 몸을 주재하는 곳을 ‘심장’으로 본다는 것이 뚜렷합니다. 사유의 근원 기관을 심장으로 보는 이러한 입장은, ‘헤게모니콘(hēgemonikon)’, 즉 ‘인간 영혼의 지휘부’를 심장으로 보는 스토아 학파의 입장과 정확히 일치합니다.16
또한, 로마 황제로부터 “의사들 중에서는 으뜸이고, 철학자들 중에서는 독특하다”(τῶν μὲν ἰατρῶν πρῶτον εἶναι, τῶν δὲ φιλοσόφων μόνον)17이라는 찬사를 받은 페르가몬의 갈레노스(Claudius Galenus, 로마 제국 페르가몬 129년∼약 216년 ?)은 『히포크라테스와 플라톤의 학설에 관하여』에서 영혼을 둘러싼 주요 쟁점에서 히포크라테스와 플라톤의 학설이 일치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학설이 참이라고 주장했습니다.18 갈레노스는 이성적 부분은 뇌에, 기개적 부분은 심장에, 욕구적 부분은 간에 자리한다고 정립했습니다.19
3. 「제 딸의 심장을 돌려주시겠어요?」
(p. 360) “…… 진희씨를 토막 내고 유기했던 범인이요. ‘나선우’이 심장을 이식했던 게 아닐까요?”
(p. 379) “사람의 영혼은 머리가 아닌 심장에 있다고 하죠.”
나기, <제 딸의 심장을 돌려주시겠어요? 中>
나기 작가님의 중단편 소설인 <제 딸의 심장을 돌려주시겠어요?> (분량 : 91매, 장르 : 호러 & 추리/스릴러)는 배우 서진희의 장례식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녀의 빈소에는 배우 서진희의 팬, 촬영 피디, 동료 배우 등이 수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습니다. 배우 서진희의 매니저였던 유지수는 조문객으로 붐비던 빈소에서 은혜일보의 기자 장보라와 조우합니다. 유지수와 장보라의 대화에서 죽었다가 돌아온 배우 서진희는 칼을 꺼내들어 자신의 가슴을 찢어발겨 자살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배우 서진희는 토막 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가 생환했는데, 기자 장보라가 인터뷰하러 왔습니다. 서진희는 인터뷰에 응했고 영상으로 서진희의 몸과 얼굴을 동시에 찍어달라고 요청합니다. 인터뷰를 시작하자 기자 장보라는 「인근 쓰래기장서 토막 난 여성 시신 발견 경찰 수사 중 “오른팔은 끝내 찾지 못 해”」라는 자극적인 기사를 서진희에게 보여줍니다. 뉴스에서 토막 난 여성의 시신이라고 발표된 대상이 바로 배우 서진희입니다. 배우 서진희는 입만 뻐끔거릴 수 있는 산 송장이었지만 살아있었다고 고백합니다.
배우 서진희는 자신의 몸이 특별한 돌연변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니저 유지수는 서진희를 토막 낸 범인인 나선우(23세 여성)가 병원에서 사망했다고 말합니다. 서진희의 토막 난 몸이 복구된 데에는 생명공학 연구소 주피터(Jupiter)의 개입이 있었습니다. 배우 서진희는 어떤 세포든 거부반응 없이 타인의 신체를 이식할 수 있는 돌연변이라고 합니다. 이에, 서진희의 몸을 복구하기 위해서 서진희의 소속사는 주피터와 협력하여 서진희의 팬들에게 신체를 기부받는 방안을 제안합니다. 그러자, 서진희에게 신체를 기부하는 사람들이 나타납니다.
이후 서진희의 우편함에 뜻밖의 편지가 송달되었습니다. 편지엔 「처음뵙겠습니다. 저는 이름을 밝히기도 민망한 어느 어머니에 불과합니다. 먼저 배우님께 벌어졌던 일은 무척 유감입니다. 몸을 회복하고 계시다니 다행이죠. 하지만 배우님 몸에 기증된 제 딸아이의 일부가 마음에 걸립니다. 부탁입니다. 제 딸의 심장을 돌려주시겠어요? 배우님께는 많은 분들이 기증한 장기 한 점에 불과하겠죠. 하지만 제게는 딸아이의 전부나 마찬가지입니다.」라고 적혀있습니다.
그러나, 서진희의 팬 중에서 심장을 기부했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아무리 돌연변이라고 해도 심장은 이식받으면 무조건적인 거부반응이 나타납니다. 카메라 영상은 여전히 켜져있고, 서진희는 상의를 벗고 자신의 가슴에 과도를 꽂아넣습니다. 서진희에게서 뿜어져나온 피가 바다처럼 흥건해집니다. 이후, 서진희에게 심장을 이식한 인간이 토막 살인범 나선우라는 것이 밝혀집니다. 사람의 영혼은 머리가 아닌 심장에 있다는 히말라야 근방에 사는 토착 부족의 믿음에 근거하면 서진희를 살해한 존재가 나선우라고 확신하게 됩니다.
나선우는 어릴 때부터 배우를 꿈꿨고, 가장 좋아하는 배우인 서진희를 연기하며 살았습니다. 빈소에서 좀비나 다름없는 몰골로 울음을 터뜨리는 팬들은 배우 서진희에게 신체를 기부한 팬들이고, 서진희의 관속은 비어있으며, 서진희의 시신을 소속사 사장이 1억도 안되는 가격에 넘겨줬습니다. 얼마 뒤 배우 서진희의 유작인 드라마 ‘아침의 배우’가 최고 시청률을 달성한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상당히 충격적이고 예상치 못한 잔혹한 전개로 흘러가는 강렬한 소설이었습니다.
다만, 영혼이 심장에 있다는 믿음은 히말라야 인근 토착 부족이 아니라 고대 그리스 로마와 중세 이탈리아에서 의사들과 철학자들이 논의했었으며, 고대 중국(BCE 2700년 경)은 심장이 뛰는 맥박의 중요성을 기술하고, 고대 이집트(BCE 1275년)는 죽은 후에 영혼이 내세를 누리기 전에도 심장의 무게를 측정하는 의식을 통과한다고 생각했습니다.20 이 점을 제외하면 나기 작가님의 소설은 독자를 이끄는 매력을 가진 소설입니다. 나기 작가님의 창작 활동에 제 비루한 리뷰글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난네코 배상(拜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