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골아가씨와의 이틀밤의 낭만 감상

대상작품: 그 아가씨가 핏줄과 살점이 없는 이유는 나 때문은 아니다. (작가: 젊은할배, 작품정보)
리뷰어: 노르바, 2시간 전, 조회 7

다 큰 어른이지만, 가끔 밤 늦게 퇴근하거나 밤산책을 하다가 아무도 없는 놀이터에서 그네에 잠시 앉아 흔들거리며 어린시절을 회상하게 되는 경우, 다들 공감할거라 본다. 그리고 드라마처럼 그 옆에서 잔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이성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면 그만한 로망, 낭만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이성이 이미 오래 전에 죽은 해골이라면? 당신은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무려 19년도에 올라온 소설이다.

제목부터가 이미 심상치 않다. [그 아가씨가 핏줄과 살점이 없는 이유는 나 때문은 아니다].

변명처럼, 혹은 무고함을 주장하는 자백처럼 들리는 이 제목은 이야기 전체의 분위기를 절묘하게 압축한다. ‘유월’이라는 아가씨는 제목처럼 핏줄도 살점도 없는 해골이다. 무섭지 않으냐고? 아니, 오히려 따뜻하다. 해골이 등장하지만 이 소설이 택한 장르는 로맨스판타지다. 그 안에 흐르는 정서는 지극히 인간적인 외로움과 로맨스, 즉 낭만이다.

 

새벽 3시가 넘은 공원, 혼자 그네를 타러 나온 남자 마루. 먼저 그네를 차지하고 있던 건 살점도 핏줄도 없는 해골 아가씨 유월이다.

놀라운 건 마루의 반응이다. 그는 분명 놀랐고, 굳어버렸지만 도망치지 않았다. 유월의 “아직도 저와 그네를 타고 싶나요?”라는 질문에 곧바로 “네”라고 답한다. 그리고 이 한 마디가 이 소설의 모든 것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 짧은 장면 하나로 마루라는 인물이 완성된다. 그는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두려움보다 호기심과 온기가 조금 더 앞서는 사람이다. 유월 역시 예사롭지 않다. 살점도 핏줄도 없지만 상대를 걱정하고, 웃고, 머뭇거린다. 입이 없어도 말을 하고, 눈동자가 없어도 마루를 본다. 작가는 이 모순을 해명하려 들지 않는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모순이 많지 않나요?”

유월 스스로 말하듯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후 이틀 밤, 둘은 함께 그네를 타고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걱정한다. 유월은 하늘의 희미한 별 하나가 사라지면 자신도 소멸할 것이라 말한다. 그 말을 들은 마루는 “별을 가져오겠다”며 어딘가로 달려 나간다.

“내게는 당신이 누구보다 살아있는 사람이에요. 별이 문제에요? 그럼 도시의 불을 다 꺼버리면 되잖아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늘의 별도 따다 주겠다’는 말이 있다. 마루는 그 말을 그대로, 문자 그대로 실행한다.

논리도 방법도 없이, 그저 마음 하나로 편의점을 향해 달려가 봉지 가득 막대기 폭죽을 사온다. “유월 양! 여기 별을 가져왔어요!” 한달음에 달려온 마루가 숨을 몰아쉬며 봉지를 흔드는 그 순간은, 이 소설 전체에서 가장 엉뚱하고도 가장 진심인 고백이다.

하늘의 별을 붙잡을 수 없다면, 땅 위에 별을 만들면 된다는 발상. 거창하지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깊이 닿는다. 함께 쪼그려 앉아 폭죽을 피워 올리며 사라지는 별들을 바라보는 그 이틀 밤의 마지막 시간은, 짧기에 더 오래 남는다.

 

소설의 문체는 밤산책의 속도를 닮았다. 서두르지 않고, 그러나 멈추지도 않는다. 쇠와 쇠가 맞닿는 그네 소리, 유월의 해골 발바닥이 콘크리트에 닿는 “따닥. 따닥. 따다닥.” 이런 소리 묘사 하나하나가 밤 공기처럼 피부에 와 닿는다. 특히 달빛 아래 서서 그네를 타는 유월의 장면은 이 소설에서 가장 환상적(판타지)이며 낭만적(로맨스)인 순간이다(이름으로 보나 그네를 서서 타는 걸로 보나 조선시대에 사망한 아가씨인가보다).

앞에 있는 여인은 그네를 타는 것이 아니라 삶을 몸으로 표현하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마루는 그 광경을 보며 “삶을 몸으로 표현하는 중”이라고 느낀다. 해골이 삶을 표현한다는 역설 속에 이 소설의 주제가 모두 담겨있다.

 

그러나 별은 진다. 유월은 사라진다. 다음 날 밤 마루는 다시 혼자 그네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고 말한다.

“별이 졌어요. 해골 아가씨.”

그네가 완전히 멈췄다.

“별이 졌어요.”

그네가 완전히 멈추는 마지막 장면은 담백하지만, 그 여운이 오래 남는다. 슬프지만 비통하지는 않다. 그러나 그 정지된 그네가 이렇게 슬픈 장면을 이 소설 말고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유월은 마루가 가리킨 곳에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죽었고 어떻게 묻혀있는지를 설명하며 그걸 다 설명하자면 오늘 하루가 다 끝날거라고 말한다. 그 말에 마루는 이렇게 답한다.

“온통 죽음 위에 삶뿐이군요.”

그의 말처럼 세상에는 죽음도 가득하지만 삶과 환상과 낭만도 가득하다. 이 소설은 그 진리를 해골 아가씨와의 이틀밤으로 조용히 증명한다.

 

호러를 기대했다면 실망했을 수 있다. 그러나 새벽 공원 그네에서 문득 옛날이 생각나는 어른이라면, 이 소설의 손을 잡게 될 것이다. 뼈만 남은 손이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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