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작가는 늘 부지런하게 브릿G에 글을 올리는 분이라 내게 자극이 되는 작가다. 다른 플랫폼에도 꾸준히 작업을 이어가면서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넘나든다. 비슷한 나이라는 것도 더 자극이 되는 이유 중 하나다. 쉬지 않고 쓴다는 것, 그리고 쓸 때마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 그 자체가 하나의 태도처럼 느껴진다.
김성호 작가의 퀴어물도, 공포물도 다 좋지만 이번에 특히 인상적으로 읽은 건 「칼과 나」였다.
남성 작가임에도 남편이 있는 중년 여성을 자연스럽게 그려냈다는 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칼을 베개 밑에 두고 자는 여자. 첫 장면부터 무슨 속사정이 있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스릴러적인 장치를 굳이 설명하려 들지 않고, 독자가 스스로 의심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능숙하다. 주인공의 행동 하나하나가 의미심장하게 쌓이면서, 읽는 내내 손을 놓기가 어려웠다.
중간에 로봇청소기가 끽끽거리는 장면도 좋았다. 딱히 무서운 장면이 없는데도 이상한 긴장감이 쌓인다. 그리고 카페에 가고 싶다는 말 한마디에 “그렇게 여유 있어?”라고 시비조로 받아치는 남편의 문자. 짧은 대사 하나로 주인공이 처한 답답한 상황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정신과 이야기를 꺼내는 남편의 태도가 정말 답답하고 화가 났다.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주인공 편을 들게 됐다. 그런데 그게 또 이 소설의 함정이기도 하다.
이 소설의 핵심은 결국 서술자의 신뢰성 문제다. 독자는 계속해서 주인공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따라가지만, 읽을수록 과연 이 사람의 말을 얼마나 믿어야 하나 하는 의심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남편이 정신과 약을 먹는 건지, 주인공이 먹는 건지. 승희를 죽인 범인이 남편인지, 아니면 어쩌면 주인공 자신인지. 소설은 끝까지 그 답을 내놓지 않는다. 독자가 읽은 것들을 되짚어보게 만드는 그 여백이 오히려 강하게 남는다.
마지막에 딸 승희로 보이는 아이가 등장하면서 반전의 여지를 남기는 장면은 작품의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강한 장르성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칼을 주워 달아나는 아이의 뒷모습, 그리고 멍하니 집을 찾아 헤매는 주인공의 마지막 문장까지.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는 결말이지만, 그래서 더 오래 생각하게 됐다.
김성호 작가는 문장이 워낙 탄탄해서 어떤 장르를 써도 잘 녹여내지만, 개인적으로는 특히 스릴러를 잘 쓴다고 생각한다. 가족 사이의 불안과 균열을 그려내는 솜씨가 남다르다. 「칼과 나」도 결국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벌어지는 불신과 공포를 다루고 있는데, 그 감각이 아주 예리하다. 일상적인 공간과 소재, 그러니까 마트, 로봇청소기, 포도잼 같은 것들이 서서히 불안의 재료로 바뀌어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었다.
앞으로 어떤 소설을 쓸지 기대가 되는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