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감정은 절 아프게 하는 맛이에요…. <시간의 물결 속을, 당신과 함께> 감상

대상작품: 시간의 물결 속을, 당신과 함께 (작가: 겨울볕, 작품정보)
리뷰어: 하얀소나기, 9시간전, 조회 2

<일개 독자의 평범한 감상을 담고 있는 글입니다. 다소 감정적이더라도 이해 부탁드립니다.>

 

사실 인간에게 ‘감정’이라는 것은 때로는 달콤한 간식을 입에 무는 감각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그 누구도 함부로 삼키기 힘들 만큼 쓴것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함부로 삼키기 어렵다는 것은 그 자체가 맛이 고약하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 맛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의미로도 다가옵니다.

 

이번에 읽은 <시간의 물결 속을, 당신과 함께>은 제게 복잡한 맛을 주는 간식이었습니다. 분명 입에 물고 있으면 그 자체로 가슴이 저리는데, 함부로 삼키자니 제 스스로가 감당하지 못 하는 무게가 느껴졌습니다. 제가 삼키지 못 한 여느 맛들을 제목에 맞춰 세 가지로 분류해볼까 합니다.

 

첫째는 ‘시간’입니다.

 

작중의 배경은 우주입니다. 우주라는 배경 자체는 여느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거대한 공간으로 다가옵니다. 결국 이 소설에서는 그 우주라는 배경 자체보다는, 우주만이 갖고 있는 속성을 주목합니다.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시간을 제시하며, 그것을 견뎌내는 화자의 공허함을 강조합니다. 과거 <인터스텔라>를 비롯한 여느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 흔히 보이는 설정이지만, 이 작품은 그 ‘시간’을 아주 매력적인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시간이지만, 화자에게는 그저 흘러가는 시간에 불과하며, 그것은 담담한 어투 속에서도 공허와 고독이라는 맛을 풍깁니다.

 

둘째는 ‘당신’입니다.

 

미리 고백합니다. 저는 ‘당신’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는 글을 읽지 못 하는 편식증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 이유 또한 황당할지도 모릅니다. 그 ‘당신’이라는 말에 담긴 울림이 저에게는 너무 부담스럽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 상대를 ‘당신’으로 칭한다는 것은 상대와 거리를 좁히겠다는 약속입니다. 작중의 화자도 그렇습니다. 그저 스쳐가는 인연일 수도 있는 상대에게 ‘당신’이라는 호칭을 건넴으로서, 그것만으로도 특별한 거리감을 형성합니다. 마지막 화자가 ‘당신’을 위해 할 수밖에 없는 선택은 이 거리감이 좁다는 인상을 넘어서, 그들의 거리가 좁아져야만 한다는 애절함마저 느껴졌습니다. ‘당신’이라니… 이 얼마나 다정하고 멋진 언어인가요?

 

셋째는 ‘함께’입니다.

 

기본적으로 ‘함께’라는 말은 혼자 설 수 없는 언어입니다. 반드시 전제가 필요합니다. 그들과 함께, 나와 함께, 어쩌면 우리와 함께….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당신과 함께’로 엮어진 언어는 그 자체로 깊은 인상을 줍니다. 어쩌면 화자와 ‘당신’은 함께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마음이 다르고, 스스로를 정의하는 언어가 다르며, 외모가 다르고, 더 잔혹한 말로는 종 자체가 다르다고 할 수 있는 존재들입니다. 하지만 작가는 이 두 존재를 ‘함께’라는 테두리에 담으며, 그들이 ‘함께’라는 말에 어울리는 존재들이라는 것을 증명하기에 이릅니다.

 

어떤 줄거리를 쓰고 분석을 하기 보다는, 제가 이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모호하지만, 또 어쩌면 가장 진실 된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감정’이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우리가 관습적으로 사랑, 슬픔, 기쁨으로 정의하는 언어들은 형태가 없는 마음의 부산물에 가깝습니다. 그것을 우리는 글과 미디어라는 매체로 만나며, 그 형태에 작게나마 색을 입혀보는 과정을 거치죠.

 

저에게는 이 소설이 그 감정에 색을 입히는 과정 중 하나였습니다. 읽고서 울었다 같은 가식적인 말로 마무리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장담할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감정의 맛은 분명 아릿하면서도 함부로 뱉고 싶지 않은 무언가였습니다.

 

좋은 작품 감사합니다. 또 다른 다정한 글로 다시 만나고픈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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