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장르를 뭐라고 하죠? [도박묵시록 카이지]나 [라이어 게임]처럼 주로 만화를 통해, 최근에는 [오징어 게임] 같은 영상물을 통해 주로 접했던 것 같은데 제가 과문한 탓에 소설로는 처음이라 그런지 점점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평범한 주인공이 여러 배신과 음모를 겪으며 성장하는 흔한 구도와 달리, 이미 각종 지략에 능한 “수재” 주인공 도연의 묘사가 매력적이었어요. (물론, 이렇게까지 머리를 쓰는 아이들이 수능을 흘려보내고 이 고생을 한다고? 하는 의문은 계속 남아 있었습니다만… 친구와 같은 학교에 다니려는 이유라고 나름 설명이 붙기도 했습니다만… :tears-joy:)
충격적인 수능날 묘사(첫 챕터는 수능 전날 공문에 붙여 넣어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에 이어 역시 충격적인 설정의 특별전형 입시, 더욱 충격적인 전개로 이어지는 첫 시험 과목 호환의 초반 흐름은 다시 생각해도 재미있었어요. 쌍둥이라는 수아와 성아는 같이 있는 모습이 잘 안 보여서 뭔가 출생의 비밀 설정이 있을까(…) 상상도 했고, 같은 조 응시자들에 전원 합격 방법을 제안하더니 몇 수를 내다 보면서 단독 합격해 버리는 도연의 활약상에 놀랐습니다. 정말 전형적인 빌런의 모습을 주인공이 보이면서 성아는 그럼 대체 어떤 인물이지? 궁금케도 되고요. 도연의 죽마고우이자 천재 속성을 나눠 가진 쌍둥이들과는 다르게, 방금 우연히 만난 평범한 친구들 주연과 현우를 통해 조금 쉬어가는 느낌과 함께 또다른 성장 트랙을 엿볼 수 있는 점도 좋았어요.
좋은 점 하나는, 무대가 흔하고 과한 서바이벌 설정(“내가 살려면 다른 이를 죽여야 한다”)-직접 죽이고 살리는-이 아닌 입시라는 거였습니다. 이것도 무척 압박이 심한 경쟁 환경이지만, 그래도 무척 많은 사람들이 경험한, 힘들어도 성장의 한 단계라는 면에서요. 여러 입시생들의 안타까운 모습들이 보여지지만 그래도 그들의 환경과 결정에 대해 이야기를 만들어 주고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씩은 나아가고 달라지는 성장의 모습을 보여준 점이 애틋하게 느껴졌어요. (다 읽고 나서 검색했더니 작가님께서 군 입대 전후로 쓰신 것 같아 이렇게 생생했나 생각도 했습니다.) 부족하거나 못된(?) 모습을 보인 아이들뿐만 아니라, 천재/수재인 주인공 트리오나 평범한 룸메이트 듀오나 어리숙한 진행 담당 교사나 모두 조금씩 성장하게 된 점이 인상적이었고요.
아쉬운 점을 들자면 여러 과목 시험이 진행되면서 조금 비슷하게 반복, 어렵게 변주되어 신호등 게임에 이르자 비슷하게나마 머리 속에서 따라가던 걸 내려놓고 그냥 느낌으로 읽었습니다… 주연이나 현우의 느낌이 이랬을까 생각도 들었지만요. 반면 서로의 마음을 내어놓고 수줍고 다정하게 대화하듯 진행된 거짓말 포커(해 보고 싶은데 가족에게 룰을 설명할 자신이 없네요)와 아이들이 크게 다치지 않아 다행이다 생각케 한, 합격한 이도 낙방한 이도 서로 친구가 되어 나누는 후일담 이야기가 흐뭇했어요. 잘 읽었습니다. 언젠가 영상물로 만나게 되면 무척 반가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