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정말 이 노래 가사 때문인가요? 비평

대상작품: Don’t Smile Darling (작가: 이아람, 작품정보)
리뷰어: herrage, 1일전, 조회 7

몸에 벤 제스처나 무의식적으로 짓는 표정은 아주 본능적으로 체화되고 대물림되면서 문화적 특질이 되지요. 유럽에 산 적이 있는데, 유럽 여자들이 미소를 현저하게 덜 짓는 점이 늘 의식이 되더라고요. 비행기 승무원들도 그렇고, 엄마들도, 교사들도, 서비스직 노동자들도 소녀들도 그렇죠. 정말 웃겨서 웃음을 떠트리거나 마음이 즐겁고 따뜻해서 미소를 짓는 것이 아니면 굳이 애써 웃지 않는 것 같았어요.

전 그게 좋더라고요. 동아시아 문화권/한국에서 ‘여자애가 좀 상냥하게 웃어라’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웃는 여자가 가장 예쁘다’ 어쩌고를 들으며 살아왔는데도, 전 남을 위한 미소가 잘 안 나오는 않은 사람이라서. 그런 저 자신에게 별 불만도 없었어요. 웃고 싶을 때 웃는 것 뿐인데도 여자들이 ‘뾰루퉁’ ‘무신경’ ‘무덤덤’ ‘무뚝뚝’하다는 평가를 들어야 하는 건 사회적 억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여러모로 이 단편 작품의 출발점이 반가웠습니다.

조금 더 공들여 다듬으면 더욱 폭발적인 작품이 될 것 같아 작가님을 응원하고 싶어요. 대조 효과를 위해서 전반부에 ‘친절하고 상냥하게 미소짓는’ 여자들에 대한 묘사/에피소드를 넣을 수 있겠고, 대화문을 통해 캐릭터와 갈등이 나타나면 더 좋겠습니다. 여자들이 괴물(?)이 되고 남자들이 힘을 잃고 어찌어찌 세상이 굴러가는…후반부에 뒷심을 더 내서 소설의 메시지를 살릴 수 있겠고요. 소설 창작은 결국 포기하지 않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또 고쳐서 완성도를 높이는 일 같습니다. 장인 정신과 완벽주의의 문제랄까요. 생계 수단이나 번뜩이는 아이디어이랑은 별로 상관이 없는 일…

이 작품의 장르가 판타지/SF라면, 기법적으론 미스터리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큰 미스터리 (여자들이 정말 그 노래 때문에 미소를 잃었나? 그 노래가 뭐길래)가 밝혀지는 플롯의 구조를 치밀하게 설계해도 좋겠습니다.

사실 지금 이대로도 재밌게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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