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부(그러니까, 1권 부분)는 솔직히 장단점이 꽤 크게 두드러지는 느낌이었다.
좀 설정이 과한 느낌도 없지는 않으나 캐릭터의 매력도 나름 나쁘지 않고, 서바이벌 특히 그 중에서도 두뇌게임류의 핵심을 잘 구현해서 여러가지 게임을 구경하는 재미나 거기에 참가한 사람들이 이기기 위해 수를 쓰는 것, 그리고 그것을 소위 파훼하는 식으로 뽕맛을 느끼게도 하지만, 이 모든 게 결국엔 대입입시를 위한 것이라는 점이 중간중간 현타를 느끼게도 하고, 대체 이딴 시험과 대입이 무슨 상관이냐는 근본적인 의문을 들게 만들기도 해서다. 이건 그냥 예능용 서바이벌이 아닌가.
그런 점에서 현재를 배경으로 현실에 있는 문제를 기본으로 삼았다는 점이 이 소설에 관심을 갖고 또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하게도 하지만, 또한 그렇기 때문에 전혀 다른 세계를 배경으로 하거나 외계인 또는 신 따위가 나오는 서바이벌물에 비해 사소한 것에서도 비현실감을 크게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게임 진행이 (장르 특성상 대게 그렇기도 하지만) 갈수록 정형화되는데다, 액션이 전혀 없는 순수 두뇌게임류라 그 자체로 보는 맛을 주는 것도 아니며, 게다가 캐릭터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변주를 준다거나 하지도 않다보니, 중반부를 넘어가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게 후반부에 가면 또 달라지는데, 생각보다 시작점을 끝으로 끌고와 솜씨좋게 잘 마무리 해내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입시와 주인공들은 물론 참가자들 개인이 갖고있던 사정과 문제들도 순간을 채우는 맥거핀이 아니라 의미있게 소비해서 만족감이 꽤 나쁘지 않다.
서바이벌물로서는 평타 이상은 친 정도인 것 같다. 설정상 너무 정적인 게임들로만 이뤄진데다, 생각보다 게임도 적고 이미 있던 것을 살짝만 변형한 게 많아서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와 아이들의 성장을 그린 청소년 소설로 본다면 꽤 수작이라 할만하지 않나 싶다. 흥미를 끌고, 이야기를 통해 여러 문제점 등을 효율적으로 전달했으며, 끝맺음도 잘했다. 그렇게보면 오히려 이 특별전형이라는 서바이벌이 일종의 맥거핀이었던 셈인데, 그것도 의외로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