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작품을 규락작가님께서 브릿G에 올리기 전 몇 번 보고 평을 해 드렸는데 제 피드백과 다른 작가님들 피드백 대로 바뀐 거 같아서 대단한 것 같아요. 저는 자신이 없어서 공개 전 남들에게 보여주기 꺼리는데 보여주시는 것도 멋있다고 느꼈어요.
읽으면서 놀랐던 것은 작가님 기존 작품들보다 글이 정돈된 느낌이 든다는 겁니다. 원래도 깔끔하게 쓰시지만 브릿G에 올려진 글들을 시간순으로 보면 갈수록 글 실력이 좋아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리고 후배인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작품으로 들어가서 이 작품의 제일 큰 장점은 SF와 공포를 섞는 것이 어려운 부분인데 경계를 부드럽게 넘어간다는 것입니다. 특히나 마지막 부분에 장소에 대한 정체가 드러나면서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데요. 이 부분이 억지스럽지 않았습니다.
할머니 캐릭터가 이 작품에 큰 주요 인물이자 초반의 분위기를 잡아주는 감초입니다. 어찌보면 주인공보다 더 무게감이 있다는 느낌도 들긴 했습니다. 그만큼 매력적인 인물이었어요, 사실 처음에 읽었을 때는 모르는 인물을 순순히 따라가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이유가 있고 홀린 느낌으로 받아 들였습니다.
장르에서 교훈을 넣는 것은 어려운 것입니다. 간접적으로 들어가려면 캐릭터 설정부터 장소 설정까지 다시 해야 하거든요. 직접적으로 드러내면 작위적인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데 이질적인 느낌은 안 들었습니다. 조금 보완했으면 좋겠는 부분은 <노인, 아이들, 여자, 장애인, 저마다 다른 이유로 애초에 사회의 일류라는 기준 속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 문장을 보고 조금 길다고 느꼈습니다… 줄여도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약간 설명이 길다고 느껴서요.
SF 소재를 마지막에서 적절히 녹여냈습니다. 공포와 SF 소재는 잘 섞으면 흔하지 않아서 좋지만 잘못 섞으면 기름과 물처럼 분리될 수 있어서 어려운데 자연스럽게 잘 섞인 것 같아요. 결말을 알고 보면 숨겨져 있는 복선이 보여서 그런 면들을 찾는 것도 재밌었습니다.
호수가 갑자기 나오는 장면이 어색하지 않을까 작가님이 걱정하셨는데 저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들어가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왠지 어렸을 적 봤던 옷장 속에서 숲이 나오는 <나니아 연대기>도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단편으로 끝내기 아쉬울 정도로 강렬한 단편이었습니다. 화면 전환이 많고 화려한 줄거리이기에 좀만 더 다양한 장면을 넣어서 영화로 제작해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이규락 작가님의 소설은 늘 약자를 생각해서 그 부분이 인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늘 주제 의식이 있는 글을 쓰고 싶은데 어려운 일이거든요. 이규락 작가님이 SF나 호러나 계속 소설을 즐겁게 쓰실 수 있길 바랄게요~ 재밌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