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 XXX야! XX는 XX 좀 안 X게 해라! 공모(감상) 이달의리뷰 공모채택

대상작품: 야! (작가: 일월명, 작품정보)
리뷰어: 무강이, 11월 24일, 조회 61

일월명 작가님의 작품을 많이 읽어본 것은 아닙니다만, 늘 관심은 있었습니다. 호러나 SF적인 작품들을 주로 창작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작품들이 출발하는 상상력의 지점이 ‘일상의 사소한 지점들’이라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남들은 언뜻 보고 그냥 넘어갈 듯한 사소한 장면들에 관심을 가지고, 거기에 상상력을 덧대 풀어나가는 것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 여겨 언제 한 번 작품을 읽어봐야겠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야!>는요. 작가님 본인이 ‘꽤 비속어가 많이 나오는 작품’이라고 언급을 하신 적이 있고, 2024 황금드래곤상 심사대상작으로 선정되기까지 했으니, 언제 이걸 읽어보려던 찰나에 (리뷰 공모를 통해) 읽게 되어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야!>는 브릿G 기준으로 엽편이니, 괜스레 줄거리를 설명했다가 스포일러를 안겨드릴까봐 걱정되기는 합니다. 간략하게나마 정리하자면 이러합니다. 부부가 사는 빌라에 어느 날부터 쩌렁쩌렁한 여성의 욕설이 들립니다. 견디지 못한 남편은 따지러 나가고, 아내는 걱정되는 마음에 경찰에 신고를 하면서 벌어지는 내용들이 <야!>의 전반적인 내용입니다.

 

작품을 읽고 나서 장도리에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고 하면 너무나도 뻔한 표현이 될까요. 실제로 장도리에 맞아본 적이 있는 건 아닙니다만, 머리 한쪽에서부터 저릿한 충격이 지나가는 감각을 느꼈습니다. 마, 편하게 장도리 한 대 맞은 감각이라고 합시다.

단편조차 긴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힘든 나머지, ‘촌철살인’의 감각으로 작품이 쓰이고는 합니다. 그 결과 단편을 쓰는 방법은 굉장히 형식적으로 다듬어졌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로알드 달의 <남쪽 남자>처럼 명치를 때리는 플롯이라던가, 레이 브래드버리의 <민들레 와인> 같은 스타일의 서정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요. 그러니 엽편이나 조각글 또한 그렇겠지요.

<야!>는 로알드 달 같은 느낌입니다. 서정성을 드러내는 것보다는 ‘한 대 치는’데 주안점이 달린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소하게 생각했던 지점이 알고 보니 생각하기조차 공포스러운 일이었고, 그 공포가 ‘나’에게 전이되듯 내 일상을 집어삼키는 감각. 네. 치밀하게 짜여진 엽편 호러입니다.

 

그러나 플롯이 작품의 모든 것이 아닙니다. 작품은 총체인지라, 단순하기 그지 없는 원리 하나로 모든 것을 환원하려고 하면 작품을 읽고 이야기하는 의미가 사라져버립니다. 고작 물에 ‘주정(酒精)‘을 탄다고 해서 그걸 ‘술’이라고 불렀다가는 음료라고 불러서는 안 되는 끔찍한 무언가가 되어버린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지 않습니까. 네? 희석식 소주라구요? 아, 그런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그딴 걸 사람에게 팔아요.

호러의 기본적인 원리는 ‘압도적인 무언가(대체로 공포감)가 나를 천천히 잠식해가는 감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압도적인 무언가’라는 건 대체 뭐길래 다들 무서워하는 걸까요.

전에 러브크래프트가 이런 말도 한 적이 있지요. ”인간이 느끼는 가장 강력하고 오래된 감정은 공포이다. 또한 인간이 느끼는 가장 강력하고 오래된 공포는,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이다.” 이를 두고 유진 새커라는 학자는 <이 행성의 먼지 속에서>라는 저서에서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사유 불가능성에 대한 사유’라는 말을 씁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 악마나 괴물이나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개념들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야!>에서 그런 ‘이해되지 못하는 것’들은 ‘초자연적 존재들’은 아닙니다. 욕설로부터 시작해서 장도리, 테이프, 그리고 살인자의 시선 등 우리가 느와르, 범죄 혹은 스릴러 장르에서 숱하게 접해오던 감각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날 것’의 거친 감각들입니다. 그러나 이 ‘날 것’은 충분히 우리들 바깥에 존재하는 것들입니다. 요컨대 우리의 일상 생활에 욕설, 장도리, 테이프 등이 일반적으로 쓰이지 않고, 쓰이더라도 다행히 작품에 쓰인 방식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공포의 대상’이 되어줄 수 있는 셈입니다.

 

‘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바깥의 거친, 날 것의 공포감’이 천천히 일상을 무너뜨립니다. 그 결과 나는 ‘인지하지도 못했던 바깥’에 잠식되어 위치가 역전되고 맙니다. 내가 살아오던 일상의 바깥으로 밀려나고 나는 것이죠.

<야!>는 짧은 엽편입니다. 하지만 그런 감각을 제공하기에 충분히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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