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봐야할지 모르겠다.
범죄물로 치자면, 일종의 복수물이자 사적제재물로서 나름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물론,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느냐 하는 ‘능력적인 면’에서 의아함이 일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놈들을 철저하게 때려 부숴주길 원하는 폭력적인 부분을 나름 잘 충족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그렇게 거슬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렇게 보면 이상한 요소들이 꽤 여럿 눈에 띈다. ‘혹시 이새끼가…?’하는 의심도 드문드문 하게 만드는 친하게 지내는 동생의 존재도 그렇고, 허술한 빌런 캐릭터도 좀 그러하며, 무엇보다도 주인공의 설정이 딱히 그런 류에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렇더라도 이것은 이 소설은 온전히 그런 일종의 대리만족을 시켜주는 이야기로서 온전히 즐기지 못하게 한다.
그럼 이유가 있었던, 장르물로서의 재미나 이야기의 구성, 서사같은 게 앞에서 말한 아쉬움을 매꿔줄만큼 좋았냐 하면 전혀 그렇지도 않다. 그보다는 좀 뜬금없다고 여길만한 것에 더 가까워서다. 그러니까, 소설의 컨셉이 애초에 다른 것이었기에 그에 맞추기위해 끼워넣은 것 같지, 애초에 그런 컨셉으로 이야기를 짠 것이거나 이야기가 그런 컨셉에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다는 말이다.
복수물에서 호러물이랄까? 판타지? 쪽으로 넘어가는 게 썩 자연스럽지 못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후반부가 그렇게 설득력있거나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것에는 역시 주요 캐릭터들을 잘못 그린 게 크지 않나 싶다.
무간지옥같은 것을 그리려고 했던 것 같은데, 빌런들이 전혀 반성이나 고통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해봐, 또 해봐’ 이딴식으로 오히려 즐기고 있으니, 이 모든게 헛짓거리라는 생각이 아니 들 수가 있겠나. 심지어 주인공까지 감정이 심각하게 결여된 상태만을 보여주지, 이 모든게 무슨 의민가 싶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