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을 읽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기묘하고 소름돋는다니, “재난 관리청 특별기밀자료들” 감상

대상작품: 재난 관리청 특별기밀자료들 (작가: 김병식, 작품정보)
리뷰어: 쥰노, 8월 18일, 조회 18

Q. 소설을 읽기 전 예상했던 내용과 실제 내용의 차이?
A. 좀 긴 흐름으로 읽을만한 소설을 찾다가, <재난 관리청 특별기밀자료들>이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제목의 작품을 발견했습니다. 저의 예상과 달리 이 소설은 오히려 소설 전반적으로 규칙괴담이라는 특정 패턴을 가진 단편으로 이루어진 작품같았습니다. ‘같았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아직 연재 중인 작품이고, 또 어떤 방식으로 작품들이 연결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서이고요. 거성대교, 거성중학교, 거성빌라, 거성아파트 등 단편 한 편 한 편 조금씩 접점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해서 말이죠.

Q.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점
A. 이 소설의 내용은 대부분 규칙과 기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규칙과 기록이라는 현실적인 요소들이 굉장히 비현실적으로 구현되어 있죠. 게다가 화자가 대체로 매우 사무적이고 공식적인 말투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규칙의 현실감을 더해줍니다. 그래서인지 단편 한 편 한 편 후반부로 갈수록 내용이 점점 기묘해지는데, 분명 이런 발화들이 픽션인 것을 알면서도 어쩐지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고 무섭습니다. 글을 읽을수록 머릿속의 상상도 더 명료해지는데, 그러다보니 조금 결말이 이해가 잘 되지 않거나 미스터리하게 맺어지는 결론에도 앞서 상상한 기묘하고 무서운 장면들이 더 기억에 남아서 오히려 더 여운이 남더라고요. 그럼에도 몇몇 에피소드들은 ‘그래서 여기 나온 이들은 어떻게 된 것일까’ 라는 궁금증이 들었고, 이 작품에 대한 작가의 해설도 읽고 싶었습니다. 언젠가 작품이 완결된다면, 작품에 대한 작가의 설명도 함께 공개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Q. 소설의 미래 독자에게
A. 정말 참신한 소설이었습니다. 이렇게 규칙과 기록만으로도 사람을 무섭게 만들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단편 한 편 한 편 천천히 읽으면서 그 장면을 자세하게 상상하면 상상할수록 더 기묘하고 무서워지는 소설입니다. 그만큼 독자의 상상력과 함께 만들어가는 호러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겠고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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