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판. 추. 미. 스. (정통 판타지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뜻) 의뢰(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나는 너를 믿었다 (작가: 1648, 작품정보)
리뷰어: 아무강아지, 8월 9일, 조회 59

(본 리뷰는 의뢰를 통해 작성되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새 장르를 착안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곧 하나의 장르를 만든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매 작품이 하나의 장르를 개척하고, 수정합니다.

 

장르는 두고두고 담아서 쓰는 장이라기보다는 매년 꾸준히 김장하는 집안 김치 같은 거라서, 그 비법이 대물림되고 옆집이랑 결합하면서 성장합니다. 시간에 따라 익으면서 나는 맛은 덤이구요.

이는 에픽 판타지의 계보나 정통 무협의 계보 같은 걸 훑어보면 더욱 선명해집니다. 엘프, 우르크, 드워프, 호빗 등을 만들어낸 <반지의 제왕>과 요즘 작품들의 엘프, 오크, 드워프, 하플링을 비교해보면 얼마나 많은 차이가 발생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정통 무협도 꼭 무당파, 소림사, 화산파만 등장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저마다 창작 문파, 창작 무공을 만들어내거나, 기존 정통 무협에서 조명되지 않았던 하오문과 같은 문파를 재조명하기도 합니다.

결국 수많은 장르 코드와 기호를 해석하고, 그것을 변용해 자신의 작품에 담아내는 능력. 그것이 대중 소설 창작의 기초가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도 정통 판타지와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이하 추미스)는 생각 외로… 가 아니라 대놓고 섞기 힘든 장르입니다.

 

우선, 판타지라는 기법 자체가 그렇습니다. 기본적으로 판타지는 환상입니다. ‘허구를 보여줄 것’을 기초로 합니다.

반대로, 추미스의 경우 ‘사실’을 다룹니다.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이성의 끈을 붙잡고 진상을 밝혀낼 것을 요구합니다.

 

실제로 토도로프와 같은 연구자는 <환상문학 서설>에서 이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환상 문학은 경이와 기이가 만나 줄싸움을 하는 장르다.’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은 경이가 됩니다. <변신>과 같은 경우, 잠자가 자신이 벌레로 변한 상황을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한 채로 서사가 이어지기 때문에, 경이 소설이 됩니다.

만약 그런 ‘경이’를 이성,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그건 기이 소설입니다. 제가 좋아했던 사쿠라바 카즈키의 <GOSICK>과 같은 것이 그렇습니다. 오컬트적인 주술처럼 발생하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이성적으로 설명하려 드는 것.

이 ‘경이’와 ‘기이’의 사이에 머무는 것이, 토도로프가 정의내린 ‘환상 문학’입니다.

 

물론 토도로프는 톨킨의 <반지의 제왕>을 ‘환상 문학’으로 분류하지는 않았습니다. 왜냐면 토도로프가 <환상문학 서설>을 쓴 시절, <반지의 제왕>은 당시 현역이었기 때문에… 거기다가 옛날 이론으로 지금의 판타지를 설명하기에는, 이미 판타지는 너무 멀리까지 와버렸습니다.

굳이 <환상문학 서설>의 경이, 기이 개념을 끌고 들어온 것은, 그저 ‘판타지’와 ‘추미스’ 사이를 잇기는 이렇게 어렵고, 여기에 대한 성찰이 과거에도 있었다. 라는 것을 언급하고 싶은 것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소설가에게 필요한 것은 도전정신이고 모험정신이라, ‘판타지’와 ‘추미스’를 연결지으려는 시도는 빈번히 있었습니다.

랜달 개릿의 <마술사가 너무 많다>같은 작품이 있습니다. 대체역사를 바탕으로 한, 마법사 007 요원물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 작품이 정말 많이 생각났습니다. <나는 너를 믿었다>의 배경인 르네상스와는 다르지만, 벨 에포크~빅토리아를 기반으로 영국의 비밀 마법 요원이 벌이는 판타지 추미스. 읽은 지 내용은 오래 되어서 거의 까먹었지만요. 그 외에도 팀 파워스의 <디클레어>, 산다 마코토의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같은 것도 생각해볼 법 하네요.

물론 원하셨다면 <빙과>로 이미 유명한 요네자와 호노부처럼 <부러진 용골>과 같이 본격 미스터리로 갈 수도 있었습니다. 아니면 아예 니시오 이신의 <헛소리꾼> 시리즈처럼 일본 신본격 추리소설 같은 경우가 있겠구요. 요컨대, ‘특수설정 미스터리’를 쓰실 수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물론 작가님의 취향이 제일 우선이겠지만) 포맷이 작품의 방향성을 가로지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웹소설 포맷입니다.

<명탐정 코난>도 연재물이기는 합니다만, 매 회 주마다 여러 회차를 연재하며 독자의 시선을 끌 수 있는 4천자의 분량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택지는 단연 좁아집니다.

매 회 4천자 정도에 사람 죽이고 트릭 짜넣으면서 독자 흥미 끌기 소설에서는 굉장히 힘듭니다. 거기다가 장르 복합까지 곁들여진다면 더더욱.

 

그 결과 작품은 마법사 길드와 그에 반하는 정치세력의 정치싸움 구도로 이어집니다. 그 결과, 흥미진진하고 힘을 잃지 않으며 재미있는 작품이 탄생했습니다.

캐릭터도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왕세자 앞에서도 안 쫄고 신념 안 굽히는 주인공 지아 린델, 놀기 좋아하는 쾌남 글렌, 그리고 귀여운 유이. 캐릭터가 하나씩 소개되면서 1막에서 천천히 세계가 설명되면서 퀘스트가 걸리기 시작합니다. 케인의 행방을 쫓아라.

1막에서 강력하게 걸린 스토리 후크는, 독자로 하여금 뒷편을 읽게 만드는 원동력이 됩니다. 이 부분에서 확실히 사로잡았다는 생각은 드는데…

생각은 드는데…

 

정식 연재가 아직 시작하지 않아서 뒷부분이 없어! (충격)

 

농담입니다. 1막에서 이미 강력하게 후크가 걸렸기 때문에, 정식 연재에서 보게 될 뒷편이 기대가 됩니다. 한번 정식 연재를 기다리면서 읽어보심이 어떠신지요?

정. 판. 추. 미. 스. (정통 판타지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뜻.) 어디 가서 이런 거 못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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