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아이들이 공개수업을 진행할때면 엄마들이 학교를 낮동안에 자주 방문하곤 하죠,
그래도 옛날하곤 달라져서 요즘에는 일년에 한번 정도인가 아빠들만 참석하는 학교모임도
있더라구요, 아빠들은 직장에 있다보니 거의 저녁 늦은 시간에 모임을 잡더군요,
사실 큰아이와 작은 아이의 학교가 달라서 두군데 다 가보았는데 일단 큰아이의 학교는
제가 어린시절부터 있던 수십년이 지난 교사를 그대로 사용하다보니 저녁시간에는 상당히
음침하고 어두워 사람들이 없는 공간에서는 무섭기까지 하더라구요, 들어가는 입구를 잘못
판단해서 건물 끝에서 강당까지 이어지는 복도가 불이 다 꺼져 있다보니 아휴, 걷는동안
무서워서 혼났던 기억이 납니다.. 도저히 교실안을 쳐다보지는 못하겠더군요, 누군가 그 어두운
공간에 앉아서 뚫어지게 절 쳐다볼 것 같아서 말이죠, 나이를 먹어도 어쩔 수 없는 학교괴담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가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조금 소름이 끼쳐요,
아무래도 그 어두운 복도를 지나올때 뒤에서 빼꼼히 절 쳐다보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거덩요, 웬지 모르게 학교에서 벌어지는 유령소동은 그게 눈에 보이든 상상이든 상관없이 아무도
없는 그 공간에 내가 있다는 그자체만으로도 두려움이 날 무너져내리게 만들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나 오래된 중고등학교 건축물들은 말 할 것도 없죠, 아무도 없는 어두운 교사에서 당직을 서고
밤에 전원확인하느라 순찰하시는 슨생님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전 무서움이 많기도 하지만
혼자서 순찰할때 혹시라도 교내에, 교실에 하교하지 않고 홀로 앉아있는 아이들이 있다고 한다면 흐미,
솔직히 우린 학교라는 공간에서 십수년을 보내곤 하지만 나혼자의 공간으로 학교를 인식하지는 않죠,
그리고 학교라는 공간은 늘 그렇게 정감이 가는 곳은 아닙니다.. 가능하면 언능 멀어지고 벗어나고 싶은
그런 공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우리의 일반적인 인식적 반작용이 오히려 학교에 대한 괴감과 반감을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얄팍하게 해봅니다.. 제가 겪어보니 공부를 잘하는 아이나, 전혀 공부와
는 담을 쌓고 지내는 아이나 모두다 학교는 무조건 싫다라는 이야기를 하는걸 봐서는 학교괴담은 앞으로도
쭈욱 이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나 학교내 폭력이 아무렇지도 않게 버젓이 행해지고 학생의 자살율이
현저하게 줄어들 지 않는 이상 여전히 학교는 정감가는 곳으로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네요,
초딩들이 학급회의를 합니다. 수십년이 지났는데도 그때 학급회의 시간의 기억이 아직도 나네요, 그때 전
서기였던 것 같습니다.. 이 작품에서도 학급회의를 하면서 아이들이 서로의 의견을 개진하는 모습을 보여
주네요, 다른 반과 달리 이 반은 아이들의 주체적 역할분담을 위해 선생님께서 자리를 비우시나봅니다.. 하지만
이번 회의의 비공개안건은 학교내 귀신소동인 듯 합니다.. 몇몇의 아이들이 목격한 귀신에 대해서 어떻게든
해결을 해보려고 하는 것 같은데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 지는 아무도 나서지 않네요, 결국 명색이 반장이
라는 이유로 성재가 총대를 메고 그를 보조할 사람을 찾지만 역시 먼산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교실에서 크게
두드리지지 않던 윤희가 나섭니다.. 평상시에도 거의 눈에 띄지 않던 아이인데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이 나선 것이죠, 그리고 성재와 이야기하면서 자신은 귀신을 볼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두사람은
학교에서 수시로 보이는 귀신의 정체를 밝혀보려 합니다.. 한편 또다른 인물이 등장합니다.. 승아라는 어린 아이는
바깥일이 잦은 부모님을 대신해 한살 많은 언니와 함께 서로 의지하며 지냅니다.. 언니는 실제 승아보다 한살 위지만
언제나 부모와 같은 책임감으로 승아를 보살핍니다.. 하지만 승아가 초등학교 4학년때 언니는 승아를 지키며 자동차
사고로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렇게 전혀 상관이 없어보이는 두가지의 이야기가 진행이 됩니다..
딱히 독창적이라거나 뭔가 색다른 구성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진 않습니다.. 어느 학교나 흔히 있을법한 유령소동을 다룬
내용으로 분위기가 흘러가죠, 뒤로 갈수록 조금씩 진실이 밝혀짐에 따라 전형적이지만 상당히 매력적인 스릴러적 호러의
감성이 두드러지게 드러납니다.. 사실 이야기의 전반적인 흐름이나 배경과 인물들의 내용이 초딩들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느낌은 아닙니다.. 만약 이 애들이 초딩이라면 대단한 성숙도를 가진 아이들이라 할 수 있죠, 또한 내용의 설정 역시
초딩들이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감내할만큼의 내용이 아닌지라 상당부분 어색하게 다가온 점도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아쉽
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제가 그런 또래의 아이가 있기 때문에, 그 아이들이 어떻게 놀고 있는 지를 알기 때문에
현실적인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나 봅니다.. 요즘 아이들이 예전에 비해서 많이 성숙한 부분은 있지만 여전히 주변의
상황에 대한 인식적 적응력은 이 소설이 보여주는 내용에 따라가지 못한다는 현실적 괴리감을 제가 가졌나 봅니다..
근데 만약 작가님께서 이런 점까지 고려하여 전반적인 인물의 설정이나 흐름을 구상하셨다면 또 달리 생각해봐야 할 듯
싶습니다.. 당연히 현실적 공감이 중요하긴 하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으로서 아이들의 성숙도가 조금 높을 수 밖에
없었다면 또 뭐 그러려니 합니다.. 하지만 배경이 남녀공학의 중학교였다면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자연스러웠 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합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평행구조로서 두가지 스토리의 상황적 연결은 여느 스릴러소설이나 추리소설에서서 익히
봐왔지만 이 작품이 주는 상황적 매력은 충분히 뛰어났습니다.. 중후반부에 드러나는 반전을 위한 스토리적 구성으로
서는 단연 돋보이는 구성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또한 인물이 드러내는 심리와 어린 아이들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주변의
상황이나 배경등에 대한 현실적 표현은 상당히 좋습니다.. 전반적인 문장이나 대화의 흐름이 조금 높은 성숙도를 보이긴
하지만 자연스러운 스토리의 흐름을 위해서 그렇게 의도했다고 일단 판단하구요, 특히 중후반부에 드러나는 사건의 진실
과 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상당히 강한 임팩트를 주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어떻게보면 가장 안전해야할 학교라는 공간
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폭력의 모습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는 현실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 듯한 이야기는 많은 생각
을 하게 만들어주죠, 작가님께서 이야기하고자하는 의도의 구성은 충분히 이해하고 또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현실적 상처
를 유령이라은 비현실적 상황을 통해서 드러내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한 장르소설, 공포소설적 측면보다는
사회적 문제와 학교내 폭력을 다룬 문제적 스릴러소설의 범주에서 이 작품을 바라보게 되더군요, 초딩들이 만약 이 소설
속의 아이들처럼 주체적 의지와 그들이 좀체 바라보지 못하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있는 그대로 적응하고 바른 방식으로
자신들을 이끌 수만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학교생활이 없을텐데 말이죠, 여하튼 전 재미지게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부탁드립니다..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