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들을 잡으면 괴물이 눈뜬다.. 심장이 오그라드는 로드 레이지 호러 감상

대상작품: 잠들면 눈뜬다 (작가: 김종일, 작품정보)
리뷰어: ilooli, 5월 21일, 조회 20

작가분 성함이 김종일 님이신데, 이 분께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호러 소설 작가시라는 걸 최근에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러던 차에 브릿G에서 “잠들면 눈뜬다”를 연재 중이신 걸 발견해 이때다 싶어 재빨리 클릭했다. 완결이 난 작품은 아니고 현재 연재가 진행 중인 소설이다.

프롤로그를 프란시스코 데 고야의 “변덕” 제43번째 판화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눈뜬다>라는 제목과 일러스트를 실어 인상적으로 시작하고 있는데, 소설의 제목인 “잠들면 눈뜬다”를 여기서 따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일단 간략한 줄거리를 소개해보면, 홍주시라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주인공 및 조연들이 운전 중에 난폭 운전자와 맞닥뜨리게 되는데, 이 난폭 운전이라는 것이 매우 극단적인 양상으로 전개되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연달아 죽을 뻔 하거나 죽게 된다.

주인공은 허무영이라는 남자로, 임신 6개월 차인 아내를 태우고 운전하다가 정체불명의 검은 세단 차주에게 일방적으로 로드 레이지를 당하게 된다. 이로 인해 아내인 수정은 아기를 유산하고 분노조절장애를 앓게 되며, 무영은 운전공포증, 대인기피증 등, 회피장애를 앓게 된다.

‘로드 레이지(road rage)’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니, ‘운전 중에 치미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난폭한 말과 행동을 하며 다른 운전자를 방해, 위협, 공격하는 일’, ‘도로에서 운전 중에 분통 터트리기, 운전자들끼리 주고받는 폭행’ 등으로 설명되고 있다. 실생활에서는 보복 운전, 난폭 운전 등으로 주로 쓰이는 것 같다.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운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초보 딱지를 떼지 못해서인지 처음보다는 많이 익숙해졌다고는 해도 아직까지는 겁이 날 때가 많다. 최근 몇 달간 내가 언제 제일 강렬한 스릴을 느꼈는지를 떠올려보니, 단연코 운전을 할 때였다. 도로를 달리다 다른 차와 충돌할 뻔했을 때의 아슬아슬함이란. 그리고 왜 저렇게까지 화가 나는지 의아할 정도로 분노를 터뜨리거나 기어코 보복을 하고야 마는 차량이나 차주를 맞닥뜨리는 순간의 불안과 두려움이란. 심장이 쫄깃해진다는 표현을 실감하게 된다.

소설을 읽는 내내 그 순간들의 공포와 충격이 되살아나며, 마치 지금 나에게 일어나는 일인 양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실제 상황과 픽션을 통한 대리 체험 간의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픽션을 읽고 있는 나는 안전한 상태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짜릿하게 스릴을 즐길 수 있고, 두려움이 아닌 흥분감으로 사건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지켜볼 수 있다.

더욱이 작가님의 뛰어나신 필력 덕분에 마치 지금 내가 영화를 감상하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최근 들어 이렇게 순수하게 글의 재미를 느끼며 빠져든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예전에 내신 책들도 있던데, “잠들면 눈뜬다” 다음 회차를 기다리는 동안 한권씩 도장깨기를 시도해봐야겠다. 그리고 지금 연재되는 이 소설도 완결나면 꼭! 정식으로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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