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극을 글로 읽는 건 이 작품이 처음인 것 같은데, 글에서 서부극 특유의 그 분위기가 물씬 느껴져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비유’ 같은 일종의 문학적 기법을 많이 쓰기보다는 담백하게 쭉쭉 써주신 게 이 작품에서는 오히려 서부극의 분위기를 잘 살려준 것 같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또 글을 다 읽고 나서 헥터가 있는 저 마을이 궁금해졌습니다. 대체 저 마을에서는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고 보안관은 어떤 대접을 받았을까? 헥터는 왜 사람들에게 저런 대접을 받게 된 걸까? 헥터는 원래 정의감이 넘치는 보안관이었을까? 짧은 글인데도 불구하고 헥터를 중심으로 디테일하게 이야기를 풀어주셔서 캐릭터들이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만약 이 단편을 ‘프롤로그’의 개념으로 해서, 헥터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장편으로 풀어내신다면 그것도 꽤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심히 깽깽이를 켜고 있던 녀석까지 침묵해버리는 바람에, 누가 방귀만 뀌어도 다 들릴 판이었다. 실제로 다 들렸다. 방귀를 뀐 건 헥터였고.”
이 작품에서 또 한 가지 흥미로웠던 지점은 건조한 서부극 안에서 별거 아니라는 듯이 툭툭 던지는 유머였습니다. 유머러스함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보니 작품이 너무 무거워지지 않고 리듬감 있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렇다고 ‘웃겨주겠어’ 하고 불필요하게 넣은 유머가 아니라, 위의 인용문에 적은 글처럼 해당 캐릭터가 지금 어떤 심정인지를 확실하게 드러내주는 개념의 유머라 좋았습니다. 제가 알 수는 없지만 이건 아마 작가님께서 글을 퇴고하며 더 부드럽게 흘러가도록 다듬으신 게 아닐까 싶었네요. 그 정도로 잘 짜여진 글이었습니다.
리뷰가 어느 정도 중립을 지켜야 하는데 혹시 글에 대한 긍정으로 너무 가득한 건 아닌지 우려도 되지만, 그만큼 재미있고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다양한 장르의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