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알못의 <보안 게이트웨이> 리뷰 감상

대상작품: 보안 게이트웨이 (작가: e이, 작품정보)
리뷰어: 라니얀, 4월 18일, 조회 21

작품 <보안 게이트웨이>는 기본적으로 컴퓨터 보안 관련 개념들을 의인화한 작품이라, 초반부를 읽고 나선 ‘과연 이걸 끝까지 읽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특히 뒤로 갈수록 관련 용어들이 나오면서 안갯속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인스톨러’나 ‘멀웨어’ 같은 용어를 잘 모르는 컴알못인데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재미있게 읽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보안 관련 개념들을 디테일하게 신경 써서 의인화하신 것 같아 그 개념이 어떤 건지 충분히 알고 있는 상태로 이 작품을 접했다면 훨씬 더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었을 것 같지만, 해당 개념을 정확히 몰라도 ‘보안과장’과 ‘다니’, ‘사하’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따라가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니는 뛰지 않았다. 혼자 갈 거였으면 진즉 뛰었겠지만, 아이는 남자에게 받아내야 할 빚이 있었다. 돈 빌린 놈이 돈 꿔준 사람을 보호해 주다니, 그것도 목숨을 걸고?”

핵심 사건만 놓고 보았을 때는 보안과장과 다니&사하 사이의 갈등이 중점이지만, 글 초반부에서 알 수 있듯이 다니와 사하 역시 서로 긴장/갈등 관계에 놓여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긴장감이 흥미로웠습니다. 사하가 작품 결말과 같은 선택을 하게 만든 건 본인이라는 다니의 생각처럼 뭔가 이 둘 사이에 깊은 사연이 있을 것만 같은데, 이 단편만으로는 그것까진 알 수 없어 조금 아쉽기도 했습니다. 뭔가 동지인 것 같으면서도 누구보다 깊은 악연을 가지고 있는 듯한 둘의 관계가 이 작품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었습니다.

최근 서점을 보면 SF 장르가 예전보다 훨씬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런 배경에서 생각해보면, e이 작가님의 이런 독특한 소재와 시도가 SF의 그 좋은 흐름을 더욱 촉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분위기는 비교적 밝은 글이었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SF의 진한 향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SF가 아무래도 다른 장르보다 읽기에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라 생각하는데, 이렇게 계속 개성 있는 사건과 관계성으로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내 주시면 더 많은 사람들이 SF를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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