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아쉬운 점이 있는 데도 홀린 듯 끝까지 보게 되는, 괴이한 이야기 의뢰(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미몽, 이몽고등학교 (迷夢, 異夢高等學校) (작가: 서녘, 작품정보)
리뷰어: 이유이, 3월 18일, 조회 59

이 소설의 제목 <미몽, 이몽고등학교>는 단순히 ‘제목’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로서 기능한다. 허니 이 리뷰의 시작은 ‘뜻풀이’부터여야 할 것이다.

– 미몽(迷夢): 무엇에 홀린 듯 똑똑하지 못하고 얼떨떨한 정신 상태
– 이몽(異夢): 서로 다른 꿈

주인공 서연이 안개가 자욱이 낀, 산등성이에 걸쳐진 고등학교로 전학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전학 첫날에 어릴 적 친구 혜린과 만나지만 ‘반가워야 할 첫 만남’은 어쩐지 어색하고 의뭉스럽다. 눈앞의 사람을 믿지 못하고, 들리거나 보이는 것과 ‘진실’은 다르며, 심지어 그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조차 ‘믿기 어려워지는’ 기묘한 시간 속에서 서연이 방황하며 길을 찾아가는 것이 지금까지 연재된 이야기의 내용이다.

사건은 있으되, 없다. 사건이나 중심 인물이라고 믿었던 자들은 곧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끝없이 전개를 의심하게 만든다. 그 정서가 이 소설의 매력일 것이다. 의뭉스러운 분위기가 기묘하게 이어지고, 서연이 본 것과 겪은 것이 이내 ‘다른 꿈’인 것처럼 갈라진다. 하지만 지금까지 연재된 부분에서는 ‘그 정서를 기묘하게 잘 형성하고 있다’라는 것 외에는 아쉬운 지점이 많았다.

첫째, 문장에 대한 부분이다.

의뭉스럽고 불투명하며, ‘믿을 수 없는 화자’와 ‘기묘한 장소’를 다루는 이야기라면 더더욱 ‘문장’은 분명해야 한다. 판타지 소설을 예로 들어본다면 겪어본 적 없는 세상이기에 오히려 더 ‘현실적인 묘사’와 현실적인 상황을 보여주면서 끝없이 독자를 설득시킨다. 즉, 묘사가 단단하고 잘 그려져야 하며 바로 그렇기에 ‘긴 문장’일 수록 불리하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문장이 너무 길다는 데 있었다. 하기의 문장을 예로 들어보겠다.

– 아직은 겨울이 다 가지 않아 미묘한 겨울의 향과 봄의 향이 섞여 불어오던 겨울의 끝 무렵, 산길을 타고 내려오는 서늘한 바람은 산의 도입부터 무언가 불길한 느낌을 이끌고 불어왔다.

이 문장은 1화 프롤로그의 첫 문장으로, 독자가 마주하는 이 소설의 ‘얼굴’과도 같은 것이다. 헌데, 하나의 문장이 너무도 길고 너무 많은 장면이 삽입되어 있어서 한 번에 잘 읽히지 않는다. 끊어본다면 문장 세 파트로 나뉘어볼 수도 있을 듯하다.

– 아직은 겨울이 다 가지 않아 미묘한 겨울의 향과 봄의 향이 섞여 불어오던 / 겨울의 끝 무렵, 산길을 타고 내려오는 서늘한 바람은 / 산의 도입부터 무언가 불길한 느낌을 이끌고 불어왔다.

1) 겨울이 다 가지 않아 겨울의 분위기와 초봄의 분위기가 섞여 있다.
2) 산길을 타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3) 산의 도입부터 무언가 불길하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나누어본다면 1번에서는 산의 풍경에 대한 묘사가, 2번에서는 바람결에 대한 묘사(촉각이나 향취 등) 그 다음에는 주인공의 감정(내면 묘사)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문장에서는 이 모든 걸 ‘불어오는 바람’에 엮어 넣었지만, 바로 그래서 ‘그 바람이 무엇인가?’하는 두루뭉실한 의문만 가져온다.

서연이 바라보는 시점에서의 산, 느껴지는 바람, 엄습해오는 불안의 기색을 독자 역시 느껴야 하는데 이 문장의 ‘중심(누가 서술하는가, 어딜 보고 있는가, 무얼 느끼며 생각하는 가)’이 잘 보이지 않는 느낌이다. 이러한 형태의 문장이 여러 번 반복되기에 장면을 구체화하기 어려웠고, 더불어서 주인공의 정서에 이입하기 어려웠다.

소설 전반의 좋은 ‘분위기’를 형성하는 장점이 있기에, 문장이 조금 더 짧게 이뤄지고 너무 많은 것을 담기보다 누가, 무엇을, 왜, 어떻게 느끼는가, 어떤 감정으로 무엇을 보고 있는가를 중심점에 둔다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써 보았다.

둘째, ‘사건과 상황의 구체화’에 대한 부분이다.

흐름상 12화이나, 제목에는 ???로 표기된 파트의 경우 맨 마지막 문장이 <꿈? 현실? 이어지는 의문에 의구심만이 흔적을 남긴다>인데, 이 뒤부터는 미스터리와 혼란이 심화된다. 그려내는 이미지나 장면, 묘사가 흥미로웠고 괴이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좋았던 한편, 의문이 생겼다.

484매의 긴 분량 동안 ‘기미’의 전개는 있었지만, ‘사건’이나 ‘상황’의 변화나 ‘큰 실마리를 찾았다던가’, 현재 기준에서의 전환은 없었다는 느낌이랄까. 이것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다. 나의 경우 ‘현재 시점’에서의 변화, 감정의 이동, ‘다음에 무엇이 일어나는지’ 떡밥을 구체적으로 던져 주었을 때 훨씬 더 잘 몰입하는 편이다.

이를 테면, 나는 <인셉션>을 좋아하는데, 이 영화 역시 꿈 속의 꿈과 기묘한 이야기, 기이한 미스터리를 다르고 있지만 주인공이 왜 ‘타인의 꿈속’에 들어갔는지 분명하게 제시된다. 타인에게 특정 생각을 심는 ‘인셉션’ 작전에 성공할 경우, 국제적 수배자 신세어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제안에 주인공 코브가 응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돌아가고 싶다는 ‘동력’이 분명하기에 주인공 코브는 팀을 구성, 표적에게 접근해서 작전을 실행하고, 예기지 못한 사건들에 휘말릴수록 더더욱 ‘가족에게 돌아가는 것’이 간절해진다. 주인공의 동기와 상황, 감정, 현실이 잘 보여질 수록 소설은 단지 ‘줄글’이 아닌, 정말 진심으로 이입하고 응원하며 때론 미워하게 되는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좋은 바탕이 마련이 되어 있는 만큼, 뒤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주인공 서연이 이 학교에서 무엇을 하게 될지, 왜 지금 계속 돌고 도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씩 풀려 나오면 좋겠다는 말을 조심스레 남겨본다.

소설을 쓴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정서를 형성하는 것, 꿈 속의 이야기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건 더더욱 어렵다. 또한, 혼자서 고군분투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괴롭고 또 외롭다. 그래서 소설을 다 읽고도 리뷰를 쓰기까지 시간이 조금 더 걸렸고, 어떻게든 잘 정리해서 내 마음과 감상, 나름의 분석을 담아보고자 애썼다.

분석적인 시선을 잠시 거두고, 마음의 시선으로 보자면 이 소설에는 진심이 느껴진다. 진심으로 이 세계를, 장면을, 분위기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와 고뇌와 분투 말이다. 연재된 마지막 회까지 읽고 나서 나는 그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되었다. 이 리뷰를 읽고 소설이 궁금해졌다면 한번 스윽 읽어보도록. 기묘하고 괴이한 정서가 담뿍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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