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내 취향을 만났다, 이것은 부적이 소재인 블랙 코미디?! 감상

대상작품: 벽간 소음 상호 결별부 (작가: 이사구, 작품정보)
리뷰어: 이유이, 3월 18일, 조회 21

이 소설 <벽간 소음 상호 결별부>, 소개글부터 재밌다.

– 옆 집 커플의 소음에 고통받던 나는 ‘부적’을 쓰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부적이 너무 잘 먹힌 것 같은데?

자, 이러면 어쩔 수 없지. 부적과 샤먼, 무당이야기를 좋아하고 현재 10평 남짓 원룸에 거주 중이며 옆 방 소음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사는 나 같은 사람은 클릭을 하지 않을 수 없다. 60매의 그리 길지 않은 분량에 기승전결은 물론, 반전까지 확실해서 가볍게 읽기 딱이었다.

아, 잘 읽혔다는 거지 내용이 가벼웠단 이야긴 아니다. 쉽게 읽힐수록, 스르륵 삼켜지는 문장일수록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안 읽히는 문장’의 두 배 이상이니까. 무튼, 소음 때문에 부적을 써볼 생각은 해본 적 없는 미쳐 돌아버리기 일보 직전이면 뭐라도 해볼 것 같다.

주인공의 목적은 단 하나, 시끄럽게 구는 옆집 커플을 결별시키는 것이었다.

이 지점에서 또 하나 재밌는 게 보여지는데, 옆집 커플을 떨어뜨려놓는 부적을 무당집에서 사오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유튜브에서 13만 조회수를 자랑하는 채널 ‘무당언니’의 영상, ‘얄미운 커플 부적 써서 헤어지게 함… 효과 실화냐?’라는 썸네일의 영상을 다섯 번 정도 돌려보고 직접 부적을 그리기로 결심했단 점에서 나는 조금 웃었다.

나도 가끔 무당 유튜버들이 알고리즘에 떠서 볼 때가 있는데 이러한 세태가 잘 반영되어 있어서 그럴 싸했다. 온갖 신박한 주제가 다 나오던데 (클릭을 유도하는) 이런 주제도 하려면 할 수도 있겠다… 하니까 판타지가 아닌 현실처럼 느껴져서 더 몰입됐다.

심지어 이 소설의 주인공, 직업은 UX/UI 디자이너다. 부적을 기깔나게 잘 그릴 수 있다는 의미기도 했지만, 이 소설은 한 발 더 나아간다. 옆집 남자가 부적인 줄 모르고 ‘그것’을 집 안으로 들일 수 있게끔 전단지를 제작하는 데 ‘재능’을 써버리는 것이다.

옆집 남자의 구미가 당기도록 헬스클럽 전단지에 파격적인 가격을 붙여 넣고, 전단지 뒤편에 레몬즙으로 부적을 그리는 걸 보고 나는 또 한 번 웃었다. 저 추진력과 쓰잘데기 없는 꼼꼼함, 이런 곳에 쓸 필요가 없어보이는 재능까지 완벽했다. 완벽한 블랙 코미디, 개인적으로는 입맛에 착! 이었다.

 

이쯤되면 궁금해질 거다. 옆집 커플은 그래서 헤어졌냐고? 맞다. 헤어졌다. 그러면 옆집 남자가 이상한 지점들을 역추적해서 주인공을 찾아오지 않냐고? 맞다. 찾아온다. 이 다음에는 옆집 남자가 빨리 원상복구하라고 조르겠네? 맞다, 열심히 조른다. 잠깐… 이거 너무 다 알려주는 거 아니냐고? 아니다.

내가 이렇게 이야기해주는 건 여기까지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을 만한 흐름이어서다. 그 다음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며, 마지막은 찜찜하기까지 하다. 당연히 이 리뷰에선 이야기하지 않을 예정, 반전이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소설을 클릭, 쭈욱 읽어보도록. 위트 있는 와중에 현실이 잘 반영되어 있어서 더 몰입될 테다.

아, 마지막으로 아쉬웠던 점은 여친을 돌려내라며 옆집 남자가 난동부릴 때 ‘조금 더 주인공에게 고난을 줬다면’ 어땠을까 싶은데 여친이 너무 바로 딱~! 하고 나타났다는 점, 그리고 결말 뒤에 후일담이 조금 더 보여졌으면 했다는 부분이다. 분량이 짧다보니 그랬겠지만, 조금 더 그려질 이야기가 있었을 것 같아 아쉬웠다.

어디까지나 아쉬운 점이지, 지금 리뷰의 텐션만 봐도 알겠지만 재밌다. 이 리뷰 쓰느라 한번 더 읽었는데도 재밌더라. 특히나 문장 호흡이나 통통튀는 감정 묘사가 내 취향이다. 사담이 담뿍 담긴 리뷰를 어떻게 끝내야 할지 모르겠다. 재밌는 스포 하나만 스윽- 남겨본다. 부적으로 ‘커플’을 갈라둔 줄 알았더니, 다른 걸 갈라뒀더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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