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고, 만나고, 위로하기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다시 찾을 테니까 (작가: 오메르타, 작품정보)
리뷰어: 0제야, 3월 18일, 조회 33

그림과 글, 사진과 동영상. 특정한 시간을 붙잡아 두기 위해 인간이 연구한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으며, 그 방법 또한 다양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보낸 하루, 친구와 즐겁게 놀았던 추억, 뜻밖의 감동과 기쁨으로 가득한 순간을 시공간 그대로 저장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사실에 가까운 그림을 그리며, 자세하게 일기를 쓰며,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남기며 그래도 가장 비슷한 장면을 기록하고자 한다.

한없이 현실적인 방법으로 과거를 추억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실제 그 당시에 느끼던 감각의 똑같은 재현이라고는 볼 수 없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당분간은, 그럴 수 없으리라는 것 역시 자명하다. 그래서인지 기억을 온전히 저장하고 재현하는 상상은 여러 환상 콘텐츠에서 종종 다뤄지곤 한다. 과거에는 그림과 글로,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는 마법으로,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는 가상 현실로. 기록 장치와 형태가 무엇이든 인간은 불가능한 ‘시간’의 보존을 위해 무한히 상상했다.

최근의 콘텐츠, 특히 ‘애니메이션’에서 눈에 띄는 기록 보관법은 ‘구슬’이다. 구슬은 묵직한 무게감을 주고, 어떤 재료로 만드는지에 따라, 색과 크기에 따라 묘한 신비감을 주기도 한다. ‘무게감’은 형체가 없는 ‘기억’에 물성을 부여하고, ‘신비감’은 평범한 구슬에 비현실성을 덧씌운다. 픽사의 대표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는 ‘기억 구슬’을 등장시켜 사람의 성격이 기억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를 감각적으로 설명한다. 구슬에 저장된 기억의 상태에 따라 인물은 크게 영향을 받는다. 찰나의 감정으로 지나가는 듯 추상적인 시간은 ‘구슬’이라는 단단한 몸을 얻어 구체화한다.

디즈니 100주년 기념작인 애니메이션 〈위시〉에도 이와 비슷한 ‘구슬’이 등장한다. 디즈니의 이야기 역사는 이 영화에서 개인의 ‘추억’으로 표현된다. 100년 동안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들, 그리고 애니메이션 안에서 살아 움직인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기억을 쌓는다.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의 구슬이 감정에 기반한 ‘기억’이라면 〈위시〉의 구슬들은 ‘추억’에 가깝다. 동심을 위한 애니메이션 제작을 100년이나 이어온 창작진들의 시간 안에서 수많은 사람과 인물이 울고 웃었다. 이처럼 구슬은 소중한 추억을 저장하기에 맞춤인 물건이다.

 

여기 구슬은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물건들로 잔잔한 추억을 회상하는 사람이 있다. 잠에 들었는지, 정신을 잃었다 깼는지 알 수 없는 주인공 ‘나’의 앞에는 그의 기억에 없는 공간이 펼쳐져 있다. 겹겹이 쌓인 선반이 그를 둘러 에워싸고, 칸마다 알 수 없는 모양의 조형물이 빼곡히 진열되어 있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사람이 쓰러져 있다. 여긴 어디지, 보아하니 그와 나이가 비슷한 할머니다. 죽은 줄 알았던 할머니의 곁에서 조금 불안하게 서 있으니 다행히 그녀는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는 ‘나’에게 말한다.

 

 

또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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