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가지 느낌과 의견입니다. 감상 브릿G추천 이달의리뷰

대상작품: 우리들의 민영화된 신 (작가: 담장, 작품정보)
리뷰어: 제오, 3월 17일, 조회 63

쓸까 말까 하다가 리뷰 공모 기간이 지나버렸네요. 그래도 써 보겠습니다. 당연하지만 그냥 제 개인적인 느낌과 의견들이니,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구나 정도로 생각해 주세요.

분노에 대해서

글에서 작가의 분노가 느껴집니다.

여기에 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요, 우선, 주인공보다는 그 뒤에 있는 작가가 느껴진다는 겁니다. 뭐랄까, 좀 과장하자면 소설이라기 보다는 수필, 그런 느낌입니다. 이야기에 몰입이 잘 안 되는 거죠.

그리고, 작가 또는 주인공이 너무 분노하고 있어서, 독자 입장에서 좀 멋쩍어진다는 겁니다. 마치 옛날 (요즘도 그런가?) 한국 드라마처럼요. 왜 있잖아요. 좀 슬픈 일이 있으면 등장인물들이 엉엉 울어대서 시청자가 공감을 하려다가도 머쓱해지는. 등장인물들이 카타르시스 같은 걸 다 가져가 버리는. 독자를 그 분노하는 자리에까지 이끌기만 하고, 거기서 독자 스스로 분노할 수 있게 해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일종의 멍석을 깔아주는 거죠.

재판에 대해서

현실이라면 재판은 열리지 않았을 겁니다.

유성우와 크리스챗은 사람이 아니니까요. 그(것)들은 물건, 좀더 명확히 말하면 소유주를 알 수 없는 물건입니다. 그런 물건들은 공공기관이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이 있을 겁니다. 제가 (그들을 제거하고자 하는) 공공기관 담당자라면, 우선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소유주를 찾는 공고를 낸 다음, 일정 (짧겠죠) 기간 동안 소유주가 나타나지 않으면 재판 같이 대중의 눈길을 끄는 절차 없이 (처형이 아니라) 폐기할 겁니다. 소유주가 나타나면? 그가 진짜 소유주가 아니라는 걸 밝히는 건 어렵지 않을 겁니다. 자신이 소유주라는 걸 증명하기는 어려울 테니까요.

크리스챗의 기원에 대해서

사념체와 같은 신비로운 설정을 도입하지 않고도 설명할 방법은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가 신비로운 설정을 도입하고 싶었다면 상관 없습니다만.) 예를 들자면 테스트용 차세대 AI 서버에 뭔가 문제가 생겨서, 그 서버의 ‘의식’이 네트워크에 퍼져 나가 (바이러스처럼) 불특정 다수의 서버를 숙주로 삼아 기동하고 있다든지.

‘크리스챗’에 대해서

그 사념체가 여러 종교의 신 중에 기독교의 신의 모습을 띄는 것은… 음. 왜 기독교인지. 뭔가 궁극적인 선이라는 개념을 기독교가 독점해 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어버리네요. 그편이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편해서였을까요? 기존 신자들을 끌어안고 시작할 수 있으니.

악당들에 대해서

악당들이… 정말 악당들 같아요. 일차원적인. 그래서 매력이 떨어지고 개연성이 떨어져 보입니다. 그냥 분노의 대상으로 삼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아요. 현실에서는 지배자들은 나름 머리도 좋고 (이익이 되니 엘리트들이 많이 몰리죠!) 정교하기도 하고 근엄한 척도 하고 피지배자들의 눈높이도 적당히 맞춰 주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걸 얻어내는데요, 이 이야기의 악당들은 그냥 막 악당들 같아요. 주인공과 접촉한 긴머리의 여자는 결국 성공하긴 했지만 실제라면 그런 식으로 일하지 않을 것 같아요.

단추를 잠그지 않은 셔츠에 대해서

이걸 성(性)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아니면 모성을 표현한 걸로 생각해야 하는지 애매했습니다. 하여튼 그 묘사는 위화감이 있었습니다.

엔딩에 대해서

저한테는 배드 엔딩이었습니다. 이대로라면 제정일치 사회가 되어 버릴 것 같은데요, 적어도 천 년은 퇴보한. 기원과 배경과 의도를 알 수 없는 비인간, 심지어 비생명체에게 사람들의 앞날을 맡기는 건 끔찍해 보입니다. (작가가 그 끔찍함을 의도했을지도 모르지만요) 천벌 받은 정부는 적어도 사람들이 뽑은 사람들이었잖아요.

여기까지입니다. 건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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