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된 글이 날아가버리는 고통…. 임시저장을 중간중간 했어야 했나봐요ㅠㅠ 시간이 없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하층계급 사람으로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데에 능숙하지 못한 슐러가 의외로 타인의 반응이나 권위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를 믿는 사람이란 점이었어요. 이득에 굴하고 외압에 굽힐지언정 자신의 힘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이요. 그렇기 때문에 마녀의 저주나 신의 힘에도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을 수 있던 거겠죠. 전통적인 회화를 답습하며 칼스텐을 ‘어르신’이라고 부르던 알젠토가 유독 마녀의 힘에 영향을 많이 받은 것도 그렇고요.
생각해보면 이 작품에 나오는 초월자들은 둘 다 신뢰할 만하지 못합니다. 사람을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는 폭군인 마녀는 물론이거니와, 편애하는 존재만 챙기고 계급에 따른 차별도 하는 신 또한 믿고 기댈 수 없는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해서 마녀가 자신의 것(사제님)을 건드리지 않았다면, 사제님이 흑마술의 재물이 되어 자신의 곁으로 불러올 수 없는 상태가 아니었다면 굳이 마녀를 없애는 데에 힘을 보태지 않았을 거예요. 아무리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든 마녀와 영역을 나눠서 공존했을지도 모르고요. 밤낮없이 봉사하느라 기도를 빼먹었다고 신앙의 힘이 약해진 점, 사제님이 흑마술의 재료인 ‘꿈 없는 자’였던 점을 보면요.
슐러가 저주를 해결할 수 있던 건 첫째로 슐러의 눈과 손과 의지 덕분이고, 둘째로는 마녀로부터 해방되고 싶어했던 사람들의 의지 덕분이고, 신의 힘과 의지는 세 번째나 될까 싶습니다. 슐러가 염려한 건 정원의 사람들과 지하의 예술가들이지 신앙심이나 대의가 아니었던 것도 그렇고요.
사실 중후반부부터는 작품의 제목이 ‘슐러에게 보내는 찬가‘라는 점에서 뒤통수 맞을 것을 예상하며 읽었는데, 다행히 더 이상의 기만 없이 사건이 해결되고 슐러가 살아남았더라고요. 찬가를 보내는 이들의 정체도 나왔고요. 슐러가 돌이킬 수 없는 희생을 해서가 아니라, 오롯한 슐러의 의지와 염려와 힘으로 마녀의 횡포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된 데에 대한 감사라는 점에서 감동이 오는 것 같아요. 사건 이후로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슐러가 스스로를 믿는 마음을 버리지 않고, 희생자 한 사람 한 사람을 기억하는 모습 또한 감동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