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난 느낌은.. 묘했다.
어디서부터가 꿈이고 현실이고 허상인지 알 수 없어 나 또한 꿈을 꾼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머리도 뒤죽박죽이고 내가 느끼는 감정 또한 어지럽지만
혼란스러움 속 무언가에 의한 강한 이끌림이 좋았고
나라면 이 직장을 선택했을까, 누가 선이고 악일까, 주인공의 꿈 속 내용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등
무궁무진한 질문들 속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많았던 작품으로 손에 꼽힌다.
유력 일간지 한 면을 꽉 채운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한 주인공 세일,
[성별, 학력, 자격, 나이 무관에 정년 보장 / 업계 최고 대우]는 세일의 이목을 끌기 충분하다.
3교대 근무에 오로지 시계만 바라보고 있으면 되는 아주 간단한 업무에 비해
과분한 지원을 받게 되어 얼떨떨함도 잠시
매우 다른 성향의 3명의 영감님과 1명의 미스테리한 인물을 만나 업무를 배우며 시간을 보내고 꿈을 꾸게 되는데..
세일의 진짜 업무는 무엇이며 과연 세일은 평생 이 직장에 다닐 수 있을까.
이 작품에서 가장 묘했던 부분은 임지연 교수가 세일에게 건넨 질문들이었다.
꿈, 원숭이, 인류가 누리고 있는 문명, 꿈의 파생물, 연애, 희생, 전 인류.
처음엔 ‘왜 이런 걸 물어보는 걸까. 이게 압박 면접의 한 종류일까.’ 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지만
세일과 영감님들, 사무실 중 하나도 빠짐없이 다 연관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작품을 다 읽고 난 후 알 수 있었다.
‘이계리 판타지아’ 작품에서도 공감했던 부분이지만
이 작품 역시 선과 악을 뚜렷하게 구분 짓기 힘들다는 느낌을 준다.
“백만명을 죽여 천만 명을 살릴 수 있다면 백만 명을 희생시킬건가요?”
“호수에 유치원 100명이 탄 버스가 빠져들고 있다면? 어머니와 여자친구를 희생시키고 구할 수 있다면?”
나의 선택이 득이 될 수도, 해가 될 수도 있는 이중적 요소들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거인과 파수꾼, 주인, 종복, 불을 가져다준 자와 원숭이, 찬탈자
박영감님의 나이와 시계를 지켜보게 된 무수한 시간 및 과정들.
세일을 면접에 데려다주었던 택시기사 및 항공 점퍼를 입은 국정원 직원의 행방과
큰 이득을 위해 작은 희생이 당연시되어야 하는 부분은 옳은 것인가에 대한 질문들.
이 작품은 의문투성이다.
하지만 묘하고도 잔잔한 공포심으로 인해
끝없는 긴장감을 계속 유지한 채, 기대감에 부풀어 작품을 읽는 재미가 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 소설과 높은 개연성까지. 찬사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