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미 비평 리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또 비평 리뷰를 씀에 사과드립니다. 다만 비난이 아닌 비평만 할 것임을 약속드리며, 제가 쓴 모든 문장에 악의는 없다는 점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서두는 짧게 적고, 본격적으로 리뷰를 시작하겠습니다.
<좀비 버스>는 말 그대로 버스에 탄 승객들의 눈앞에 좀비가 나타난다는 줄거리입니다. 제목만 보고 잠시 버스를 운전하는 좀비들이 도로를 활보하며 강도짓을 하는 상상을 해보았지만, 제가 상상한 내용은 아니더군요. 작품을 다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제목을 정말 정직하게 지으셨다는 겁니다. 딱히 문제 삼는 건 아니고, 이 작품엔 그런 제목이 잘 어울린다는 말이 하고 싶었습니다. 작가님께선 정말 담백하게 버스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설명하시고, 독자가 낙오되지 않게끔 성심성의껏 이끌어주십니다.
다만 이런 내용으로 시놉시스를 정하셨다면, 도리어 이 작품은 그렇게 친절해선 안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위 ‘빌드업’이라고 하죠, 거의 모든 작품속 사건들은 어떤 빌드업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이걸 가장 잘하는 작가님이 이영도 작가님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내용들이 훗날 모였을 때 큰 강줄기를 이루는 것, 그런 종류의 교활한 빌드업이 작가님의 작품에선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솔직히 그게 그렇게까지 큰 결점은 아닙니다. 모든 작품들이 꼭 빌드업만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지는 않으니까요. 단숨에 결말까지 치고 올라가는 작품도 있고, 아예 서론을 과감하게 생략하는 작품도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 도심에 나타난 좀비들로 버스가 혼란해진다, 그저 이게 다인 내용이라면 빈약한 내용을 보강할 어떤 시도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작가님께선 버스에 탄 모든 인물들의 시선을 빌려 버스에 타기까지의 과정을 그리실 수도 있고, 좀비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버스 안을 묘사하실 수도 있으십니다. 버스에 탄 개의 시선으로 상황을 바라보실 수도 있고, 혹은 버스의 관점에서 좀비들을 바라보실 수도 있습니다. 꼭 화자를 전환하지 않아도 작품의 시작을 완전히 다르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추측하건대 ‘좀비’라는 괴현상 앞 사람들의 이기심을 그려내려 하신 것 같은데, 그렇다면 아예 상황을 더 극단적으로 만드실 수도 있었을 겁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신 것 같지만 말입니다.
예, 말이 길었지만 결국 이 작품의 가장 큰 단점은 매력도가 떨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작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주인공 설정이 하나 나오긴 하는데, 그것도 솔직히 왜 그렇게 정하신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의 이 설정이 이야기를 더 흥미롭게 만들어 주었나요? 이야기의 절정에서 도리어 힘을 빠지게 만드는 설정은 이 작품이 내고자 하는 결말이 무엇인지 의심케 합니다.
담백한 문체와 정직한 묘사, 좋습니다. 문장의 호흡이 너무 길지도 않고요. 몇 문단을 제외하면 읽기 편하고 시간날 때 보기 좋은 작품입니다.
그러나 그 이상을 바라보실 수도 있었을 텐데, 이렇게 마무리를 지은 것은 독자로서 아쉽지 않을 수 없습니다.
떡진 머리칼에 뚱뚱한 덩치를 가진 남성은 오타쿠일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묘사나 그 남성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여학생들의 모습, 나이를 권위로 착각하는 기성 사회의 남성에서 느껴지는 씁쓸함은 차치해 두고서도 <좀비 버스>는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몇몇 인물들은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을 보여주기도 하고(물론 제 기준입니다만) 주인공의 그 설정도 반전으로 인한 카타르시스보단 아쉬움을 많이 남깁니다.
그리고 제목에 버스가 들어간다면 버스여서 가능한 상황들이 한 번은 등장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도심 한복판에 나타난 좀비가 이동수단을 습격하고, 사람들을 죽인다? 저희는 영화 <부산행>에서 이미 비슷한 수순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ZA공모전에 출품하신 걸로 아는데, 무언가 새로운 시도가 필요해 보입니다. 다음 작품에선 이번 작품에 없는 무언가가 나오길 기대하면서, 이만 글 마치겠습니다.
건필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