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세상에서 한 인간의 격을 찾다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개인의 자격 단편집 (작가: 일월명, 작품정보)
리뷰어: 드비, 23년 9월, 조회 52

이글은 단편집 「개인의 자격」 중 단편 <러디 도>를 읽고 난 감상입니다.

 

왜 다들 육성을 쓰는 건지. 원격 챗으로 대화하지 않는 이곳 분위기는 내겐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이 작품을 요약하자면,

[미래, 기계 몸이 일반화된 사회, 어쩌면 너무나도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주인공은 자신의 팔이 고장 난 것을 알게 되고 수리 불가인 상황, 비용 부담으로 인해 같은 브랜드의 중고 팔 매입을 위해 일종의 낙후 지역에 위치한 중고 신체 거래소로 향하는데, 이때 만나게 되는 한 노인과의 작은 사건과 두 사람이 나누었던 이야기의 기억]

이라 축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설의 분류를 함부로 특정짓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지만, 이 단편은 필자가 사랑해 마지않는 장르인 사이버펑크라 단언하고 싶다.

사이버펑크물을 잘 아시는 다수의 분께서는 지루한 설명일 수 있겠지만 잘 모르실 소수의 분들을 위해 부언하고 싶다. 짧게, 정말 짧게 해볼테니 용서하시라.

사이버펑크를 대표 혹은 아?! 할 수 있는 작품으로 블레이드러너,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 매트릭스를 예로 든다면- 훅 이해가 되지 않으실까? 물론 소설이 영화화 되거나 원작이 만화거나, 처음 시작부터 시나리오였다는 차이가 있겠지만 그 세계관만 들여다 보자면 공통적인 특징이 몇 있다. (예로 든 세 작품이 아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건 아니다. 사이버펑크라 분류할 때 사람들이 말하는 것들로 2, 3가지만 해당되어도 그쪽이 아닌가 추측될 뿐이다. 또 위 예시작들을 쓰레기!라 말할 극좌께서도 계실지 모르겠다.)

미래, 다소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 첨단의 고층 빌딩과 대비되는 슬럼가, 네트워크와 기계공학을 비롯한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기반 사회, 국가나 세계를 장악한 거대 세력과 그 반대 세력, 공공연한 마약과 퇴폐 수준의 성관념 등…이 그렇다.

그러면, 저 위 줄거리를 다시 보자. 그러한가? 아 죄송하다. 너무 축약해 놓아서 그러한 특징이 잘 드러나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단편의 축약임에는 분명하다. 어떤 미래적인 요소들을 빼고 보면 그냥 영락없는 ‘드라마’가 아닌가?

다시 말씀드리고 싶다. 위 사이버펑크물을 규정 짓는 특징에서 ‘개인적으로 그런 것 같다고 생각되는’ 중요한 것 한 가지를 빼먹었다. 혹자는 사이버펑크물에 녹아있는 빈부격차와 사회 저항을 말하기도 하지만, 사이버펑크 물에도 다양한 하위 혹은 스펙트럼이 존재하지만, 바로 ‘인간‘에 대한 고찰이 그것이다.

 

완벽할 것만 같은 미래 속에 상존하는 불완전함, 그 중에도 극단적으로 대비해, 인간성 그 자체에 대한 향수야 말로 사이버펑크를 규정짓는 특징이며 매력적이게 하는 요소라 필자는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뭔가 스펙터클한 전투씬이나 음모 따위를 묘사하고 있지는 않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사이버펑크 스토리라 단언하고 싶다.

주인공의 시작은 정말 평범한, 직장인에게 일어난 작은 사건 – 자신의 인공 팔이 반복해서 오작동을 일으킨다는 – (것)에서 부터다.

대뜸 칭찬을 전하고자 한다. 작가의, 작위적인 느낌없이 개그 코드까지 살짝 버무려 이야기를 진행- 결말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몇몇 장면에 대한 묘사 역시 그려지듯 전개되어 마치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하여 거의 끝까지 흥미를 유지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아주 작은 부분에서 ‘설명’이 긴 부분이 있어 조금 아주 조금 지루하긴 했지만 문제 삼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필자가 가장 좋았던 부분은 한 가지 주제에 대한 지순한 풀어냄이었다.

(이하는 혹 필자의 윗글을 보고 음? 이런 게 있었어? 하고 이 작품에 대한 흥미가 동하신 분이라면, 먼저 작품을 읽고 보시길 권한다. 귀하의 상상력, 감상을 저해할 요소 내지는 스포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사람에게 팔 값 대신 M.J.도의 싸인을 부탁할 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작품의 끝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던 주인공을 그린다. 줄기세포 관절 배양 수술도 받고, 전뇌 쪽 시술?도 하는 그냥 그 미래의 세상, 그게 당연한 것인 삶을 살아가는 이로 돌아간 것이다. 그러나 문득 떠오른 노인에 대한 기억, 그것으로 이 이야기의 처음과 끝이 맞춰지며 끝이 난다.

박진감 넘치는 전투씬 같은 건 없다. 그러나 세계관이 느껴지고, 그 사이 인간에 대한 이야기와 주제를 담았다. 필자에게도 오래 지나도 생각나는 작품들이 있다. 각 장르별로 최소 서 너 작품씩은 있다. 그 중 하나에 은근히 부비고 들어올 만한 수준높은 SF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이다.  말이 길었다. 죄송하다. 강한 추천을 담아 두서없는 잡설을 이만 줄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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