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주제이나 미완의 ..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실업자로 살아남는 방법 (작가: 깊은 우물, 작품정보)
리뷰어: 잘난척사과, 23년 6월, 조회 32

우리네 인생이란 항상 고난과 역경으로 점철되기 마련이다. 지금 본인이 그러하다. 작품을 서너 편 연달아 읽었는데 하나는 평을 하기 곤란할 정도로 함량 미달이었고, 다른 하나는 400페이지 넘게 읽었음에도 평을 쓸 건더기가 없다고 할 만큼 전개가 느렸다. 또 다른 하나는 소재도 흥미롭고 글도 괜찮아 보이는데 좀 더 전개한 뒤에 평을 남기고 싶어 어쩔 수 없이 미뤘다. 그러한 고난 끝에 간신히 평을 쓸 마음이 드는 작품을 찾았는데 지금 소개하는 ‘실업자로 살아남는 방법’이다. 다만 뒤에 언급하겠지만 조금 많이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다른 인간들을 잔인하게 살해하다가 치료제가 개발되어 다시 인간으로 돌아온 이들을 New Life라고 지칭하는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이런저런 영화나 미디어에서 몇 번인가 봐왔던 설정이라 받아들이기에 큰 무리는 없다. 설정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대부분 어딘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들어왔던 내용들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 애당초 이런 오리지널티가 부족한 요소들은 작가가 주제를 풀어내는 데 급급하여서 딱히 공을 들이지 않았다는 느낌이 크다. 문체는 건조하고 기교가 보이지는 않는다. 평이하지만 쓸데없이 장황하지 않게 간결함을 주려는 작가의 노력은 느껴진다.

사회가 붕괴하고 기업만이 안전한 곳이며 그에 속해 직원이라는 이름의 소유물로 살아가는 이들이 인권 운동을 부르짖는 테러리스트들의 습격을 받고 바벨이라는 안식처(라기보다는 새롭게 다른 기업으로 배정해 주는 모기업 같은 느낌)를 향하는 여행을 큰 줄기로 이야기를 이어 나가고 있다. 이 작품은 인권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테마로 하고 있다. 본인의 의지가 아닌, 병에 걸려 타인을 살해했다는 원죄를 가진 채 기업의 소유물로 노예 생활을 하는 NL이 점차 본인도 인권을 가진 인간이라는 자각을 가져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게 본 작품이다.

하지만 작가의 인권에 대한 고찰은 깊이감을 가지지 못한 채 그저 자유를 갈망하는 인간이라는 측면만 부각하고 있다. 이는 글 자체가 완결성이 모자란다는 것에 기인하고 있는데, 이런저런 사건을 거쳐 주인공이 자신의 인권을 추구하기로 결심하는것에서 급하게 마무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이라는 주제를 가져오려고 했지만 실제로 눈에 보이는 결과물은 그저 자유에 관한 내용이다. 후반부 아프락사스에 도착한 이후의 내용이 포함되었다면 아마 소감이 달라졌을지 모르겠다. 지금의 작품 결말은 가장 중요한 부분을 빼버렸다는 느낌이다. 아쉬움이 남는다. 그 외에도 개연성이 떨어지는 전개 같은 부분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국내에서는 인권 운동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좋지 않다고 느낀다. 본인 주변 한정이라 이것이 보편타당한 정서인지는 전혀 알 수 없고, 서평에서 굳이 개인적인 생각을 장황하게 떠들고 싶지 않으며 솔직히 심각한 고찰도 해본 적이 없기에 그저 좁디좁은 주변 한정으로 보고 들어온 뉘앙스를 기반으로 말하자면 그러하다. 그렇기에 이에 관한 작가의 깊이감 있는 글을 기대했을 뿐이라는 어색한 말을 끝으로 맺음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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