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외는 쥐와 같아서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작가: 피스오브마인드, 작품정보)
리뷰어: 0제야, 23년 3월, 조회 45

바스락 바스락.

화장실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린다. 재건축을 앞두었을 만큼 낡은 빌라, 웬만큼 큰 벌레나 몸피가 작은 생물이 낼 만한 소음은 아니다. 적어도 살집이라고 할 만한 게 적당히 붙어 있고 다리는 네 개쯤 붙은 생명체. 곤충은 아니고 동물이다. 구체적인 몸집과 형태가 그려졌다면 세부적인 상상을 해보자. 몸에 난 털은 회색, 삐죽 튀어나온 코에는 빳빳한 흰색 털이 숭숭 나 있다. 궁둥이 뒤로는 긴 꼬리가 뻗어 있고 얼굴에는 구슬처럼 박힌 눈이 두 개. 설마 집에서 나올까 싶다가도 부서지는 콘크리트 벽을 바라보자니 왠지 한 마리쯤 살고 있을 것도 같은 ‘그것’.

발음마저 뒤틀린 듯한 생명체인 ‘쥐’는 이제 보통의 가정집에서 일상적으로 나타나지는 않는 동물이다. 그러나 그들은 어디선가 분명히 서식하고 있고, 때로 그 개체를 무시무시하게 불려 인간에게 피해를 주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특히 의학적으로 쥐는 위생에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퍼뜨리기도 했으니 도시가 개발되고 청결해진 세상에서 가장 먼저 몰아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쥐는 여전히, 그리고 종종 인간의 영역을 침범한다. 아직 도시화가 진행되지 않은 시골이나 수십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빌라에서는 쥐가 출몰하기도 한다. 배수관을 타고, 열린 문틈 사이로 그 생명력 질긴 동물은 인간의 생활 반경 안에 조금씩 침입한다.

쥐를 몰아낸 역사가 있는 인간에게 그들은 가엾게도 ‘위해 동물’이다. 햄스터는 가까이 두고 ‘반려’라는 이름을 붙이지만 쥐는 보면 일단 소리부터 내지른다. 비위생적이고 오히려 해를 입히는. 우리는 이런 유의 동물 소리에 민감하다. 곤충이 날개를 부비는 소리나 콘크리트 벽 안에서 딱딱 울리는 원인불명의 소리. 인간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집안에서 내는 소음에 크게 예민하다. 소리의 정체가 밝혀지는 날에는 그 근원을 박멸하고자 애쓴다. 어쩌면 인간은 산업화나 도시화 이래 그들의 존재에 불쾌감을 느끼도록 진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우리의 심기를 거스르는 이 소리에 조금만 집중해 보자. 인간과 단절되어 있던 불쾌한 생명이 집 안에서 내는 생존의 소리. 바스락 바스락. 쉭쉭. 타닥타닥. 찍찍.

 

 

이 집에 쥐새끼 한 마리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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