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나한테 무협이란 동양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하여 고전적인 말투를 쓰는 사람들이 협행을 행하는 이미지로 남아 있다. 좋게 말하자면 진중한 모험 활극이라고 생각하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고루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셈이랄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무협을 싫어한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갖고 있는 이미지가 그러할 뿐.
그런 나에게 <스페이스 무림 2399>은 엄청 신선하게 다가왔다. 무협과 SF가 만나면 어떤 이야기가 탄생할까? 상상력(?)에 기반한 무술과 과학적인 사실에 기반한 기술들이 과연 잘 어우러질 수 있을까? 이런 호기심이 나를 이끌었다.
소설을 읽는 동안, 무협과 SF가 결합된 것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스페이스 무림 2399>라는 제목이 내용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소설 내용을 깔끔하게 요약해서 보여준다면 제목으로써 충실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힘을 숨기고 떠돌아야하는 마교 출신 수배자 루크, 전설로 남은 은퇴한 파일럿 안드로이드 사랑이(혹은 순돌이), 자신을 둘러싼 음모를 해결하기 위해 현자를 찾아가야만 하는 테르나, 그리고 자칭 우주 제일의 순정남이자 능력있는 장교였던 다리우스까지.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인물들이 한 팀이 되어 우주 저 구석에 있는 현자를 찾아가야만 하는 모험담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무협이라면 전통적으로 등장하는 개념인 기(氣)와 강(剛) 등은 물론이고 각종 무림 문파들의 무공들을 SF적인 관점으로 잘 해석한 점이 이 소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무협이나 SF 어느 한 장르를 자세히 알지 못하는 독자들이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상응하는 개념을 잘 풀어서 설명하는 작가님의 능력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내용도 적절히 속도감있게 전개되는데다 사건 구성도 모험 활극답게 알차게 짜여있어 꽤나 흡입력있는 소설이다. 다리우스까지 영입한 이 팀이 앞으로 무사히 현자를 만날 수 있을지, 루크는 무사히 빚을 탕감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