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절대적인 운명 앞에서 한없이 초라해지는 인간의 군상을 다루고 있다. 정작 죽음을 생각했지만, 눈 앞에 닥친 죽음 앞에서 선택을 되돌리기 원하는 인간의 나약한 본성을 드러낸다. 그건 인간의 생존 본능이기도 하다.
‘죽음을 판다’는 판타지적 요소가 과하지 않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마치 단편에 어느 정도의 판타지적 감각이 들어가야하는지 잘 알고 쓴 명석한 소설이다. 이 과하지 않는 소스가 이야기를 읽는 독자를 지루하거나, 터무니 없는 비웃음을 짓지 않게 하며 몰입도를 높인다. 이 판타지적인 장치를 의심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두 사람의 대화 또한 지루하지 않고 뚜렷하다. 죽음에 관한 사사로운 이야기 없이 딱 죽음을 파는 자와 되돌리고 싶은 자만의 대화만 남아있다. 대화 내용 모두가 이야기의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명확히.
닫힌 결말로 끝났지만 결국 운명과 죽음, 분노 앞에서 인간의 본성과 의지는 한없이 작아지는 모습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결코 행복한 죽음은 없다는 것도 말끔히 보여준다. 어디서 본듯한 느낌을 주는 이유는 아마도 그만큼 군더더기 없이, 어느 궤도에 오른 소설이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