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된 공간에 놓인 숨막히는 선택지 비평

대상작품: (후안 유니버스) – 고속버스 (작가: 엄성용, 작품정보)
리뷰어: 영하, 17년 6월, 조회 51

누구나 한번쯤은 고속버스를 타봤을 것이고 익숙하다. 그러나 야간 버스는 이질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작품은 버스라는 익숙한 공간에 낯선 분위기를 더해 스릴러를 적절히 가미한 작품이다. 달리는 고속버스는 그야말로 개방형 밀실이다. 외부와 쉽게 교류할 수 있지만 한번 달리기 시작한 버스를 세울 수 없고, 도착지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통로 없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마지막 버스는 미묘한 긴장감이 더해진다. 이 익숙하고도 특수한 공간을 선정한 것만으로도 극의 분위기는 조성된다.

 

물론 버스에 현실성이 떨어지게 다른 손님이 없지 않다. 그러나 주인공이 절대 소통하지 못할 장치를 넣음으로서, 긴장감을 더 고조시켰다. 그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주인공은 수만가지 생각을 하게 되고, 독자 역시 주인공을 따라서 경우의 수를 따지게 된다.

 

여기에 두 선택지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하는 조건을 내미는데, 밀폐된 공간 안에 긴장감은 더욱 배가된다. 51:49가 아닌, 정확히 50:50의 확률의 문제를 받은 주인공은 갈수록 초조해지는데 그 과정 사이에 실마리를 풀 단서를 배치한다.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길 바라는 독자의 욕구를 충족하는 듯 하나, 이야기는 결코 쉽게 독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작가는 극의 흐름과 강약 조절을 상당히 자유롭게 가지고 논다. 이야기 매달려 따라가는 흔한 초보가 아니라, 극을 이끄는 주체자로서 능동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짜임새 있는 구조에 비해 결말이 다소 미적지근할 수 있으나, 충분히 개연성 있고 설득력 있다. 보면 절대 후회는 없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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