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담은 재밌다. 이 한마디로 리뷰를 끝낸다면 너무 성의 없으려나? 그러나 어쩌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을.
그래도 생각만 툭 던져놓고 가면 단문응원과 다를바 없으니까, 왜 재미있다고 느꼈는지 구구절절 써 보려고 한다. 그러니 너절하게 이어지는 아래 말들은 ‘재밌다’의 동어반복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기이담은 본래 옴니버스물을 추구했다는 작가님 말 답게 초반에는 다양한 분위기의 에피소드들이 왔다갔다 하는 경향을 보인다. 공포와 환상, 악귀, 괴담 등의 형태를 보이던 이야기는 그러다 4화를 기준으로 하나의 공동퇸 정서를 품기 시작한다.
바로 ‘가족’이다. 특히 ‘부모-자식’ 관계가 중심이 되는데,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자식을 지키려는 엄마, 자식의 앞날을 산신께 기도하는 엄마, 자기 욕망을 위해 자식을 ‘만든’ 엄마 등 주로 ‘엄마’로 형상되는 이 가족애는 때로는 희생으로, 때로는 바람으로, 때로는 욕망으로 그려진다.
7화에서 잠시 숨을 돌렸다 8화에서 가족은 좀 더 확장된 모양새를 보인다. 여기서는 부모-자식 대신 ‘형제애’가 나오는데, 윗 자녀가 부모의 역할을 넘겨받았다는 점에서는 부모-자식 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경향성은 ‘별노랑이 꽃’에서 뒤틀린 권력욕이 ‘가문’의 외피를 쓰고 나온 다는 점, ‘어떤 사랑’에서 피를 나누지 않았음에도 그 깊은 외로움에 대한 공감으로 가족 못지 않는 정을 나누는 연대가 나온다는 점을 제외하면, 마지막 편까지 면면이 이어진다. 납치된 아기를 돌려받으려는 신의 노력, 후손을 지키려는 할머니의 부적은 물론 동생을 지키려는 처절한 노력은 승환과 혜호의 이야기를 통해 반복된다. 그 뿐이랴, ‘나를 낳아놓고 왜 버렸는가’ 묻는 두억시니 이야기에서도 부모-자식 관계에 대한 고찰은 그대로 이어진다. 이러한 정서는 외전까지 이어져, 처음으로 ‘온전한 부부’가 등장하는 이 이야기에서, 역시 처음으로 ‘온전하고 모범적인 보호자’ 상으로 그려지는 두 부부신은 승환과 혜호에게 가족의 정, 형제의 정을 담뿍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바탕에는, 종국에는 ‘사랑’이 깔려 있다.
기이담의 재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가족, 사랑, 책임, 연대라는 보편적인 가치들. 자칫 기괴하고 이상해 보이는 소재와 설정들은 그러나 한꺼풀 안을 들여다보면 지극히 보편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소중한 것을 지키고자 하는 간절함, 지켜야 할 것을 지켜내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 약자를 지켜주고자 하는 책임감, 상대에 대한 이해에서 오는 깊은 연민과 연대, 사랑. 이야기는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 겪어봤을 상황과 감정들을 다루기에, 독자는 그 설정의 낯섦을 이겨내고 쉽게 그 안으로 빠져들 수 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래서 어느틈에 작중 인물들과 함께 울고 웃고 그들의 처지에 동감하며 그 마음을 나누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기이담은 이런 이야기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 – 공포나 기괴함의 극대화를 위해 인물과 상황 등이 작위적으로 꾸며지는 등 다른 부차적 요소들이 희생되는 – 을 현명하게 빠져나간다. 보편성으로 공감의 무기를 획득한 이야기는 맛깔나는 기이(寄異)를 활용해 독자를 더 깊은 곳으로 매혹시킨다.
꽉찬 속내를 화려한 포장지로 감싼 이 이야기는 그 안팎으로 든든한 만족감을 준다. 그래서, 동어반복이 미안하지만, 기이담은 재밌다. 그것도 아주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