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의 카산드라는 미래를 볼 수 있지만 동시에 그 누구도 자신의 예언을 믿어주지 않는 저주를 받은 예언자입니다. 그 때문에 그녀는 도시의 멸망을 외쳤음에도 그 운명을 바꾸지 못한 채, 결국 트로이가 불타는 걸 바라만 보아야 했습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역시 그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하지만 여전히 비극적인 인생을 살아가게 됩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나’는 미래에 닥쳐올 불행을 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고, 그 힘 덕분에 할머니에게는 귀여움을 받고, 부모에게는 혐오스러운 존재로 취급받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가족에게 닥치게 될 많은 불행을 막아내지만 할머니를 제외하면 그 누구에게도, 심지어 그녀의 애인에게도 인정받지 못합니다. 결국 주인공은 자신의 예언으로 인해 자신과 애인 모두에게 불행한 결말을 안겨주게 됩니다. 이 이야기에서 흥미로웠던 건 주인공이 작은 흐름을 바꾸는 데는 성공하지만 결국 불가항력으로 다가오는 종말을 막아내지는 못하는 ‘애매한’ 결과를 만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멸망을 막지 못했고, 오히려 종말을 예언한 덕분에 더 빨리 끝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그녀의 예언 능력은 결국 저주이며, 그녀는 현대판 카산드라, ‘캐시’라는 별명이 어울린다고 전 생각합니다. 만약 주인공이 미래를 볼 수 없었으면, 그녀는 더욱 행복했을 까요? 아마 미래를 모르는 저희는 알 수 없겠죠. 그리고 전 그 점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미래를 볼 수 없지만, 그 덕분에 인생 하루하루를 즐기며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살게 될지 아는 인생은 결말을 아는 소설책을 읽는 것만큼 시시할 테니까요. 작가님과 이 소설을 읽는 모두의 삶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소설이 되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