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이 그럤던 것처럼 애틋한 사랑은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습니다.
그 사랑이 정말이지 이어지기 어려울 것 같은 사랑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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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도 그렇습니다.
두 주인공의 인연은 참으로 맺어지기 어려운 인연입니다.
불과 물의 사랑이고(비유뿐만이 아니라 생명의 문제가 달린), 적국의 황족끼리의 사랑이고, 주변에서도 반대하는 사랑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둘의 사랑이 매우 끈끈하냐고 하면, 그게 또 미묘한 관계입니다.
둘의 사랑은 동시기에 이어지지 않았고, 한 쪽이 탈진한 연후에야 다른 한 쪽에서 불이 붙은 그런 관계입니다.
그래서 이 사랑, 과연 잘 될까 하면서 보는 게 하나의 두근거림이고,(중간중간 과거가 언급되며 조금씩 ‘현재’에 가까워지는데 지금과는 판이한 두 주인공의 모습(+입장)과, 그것이 어찌하여 현재에 연결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또 하나의 즐거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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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근거림은 낯선 환경에서 이루어집니다.
천한국(아마도 동아시아 궁정을 모델로 했을)과 아르투르(아마도 아랍의 궁정을 모델로 했을), 두 나라를 배경으로 하여 펼쳐지는 이야기는 작가님의 섬세한 묘사로 인해 읽는 이의 머리속에 그 이국적인 느낌이 강렬하게 새겨지게끔 합니다.
이러한 이국적인 느낌은 풍속, 사상, 종교, 문화 등 다양한 방면에 걸쳐 묘사되며, 이것이 단순히 배경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주요 갈등들의 원인이자, 등장인물들의 매력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과연 어찌 이야기가 진행될 지 궁금해하며 지켜보는 게 또 다른 두근거림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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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언급한 천한국이란 나라 안에서 제1계승자로 지목된 주인공과, 그 주인공을 끌어내리고자 하는 다른 황위계승자간의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일방적인) 궁정암투가 또다른 두근거림의 요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글을 읽으면서 만화 오오쿠를 많이 떠올렸는데, 이런 종류의 성별반전형 역사물이 가져다주는 새로움과 낯선 느낌이 마찬가지로 잘 소화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단순히 남자 자리에 여자를 갖다놓은 정도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여자가 있음으로해서 일어날 수 있는 일과 일어나야 할 일을 매력적으로 잘 버무려내어서 굳이 여자를? 이 아니라 여자라서. 이야기가 이 정도로 매력적으로 풀려나갈 수 있었구나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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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 별리낙원은 두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이진원 쪽이 중심에 가깝지만 이야기의 축이란 측면에서)의 사랑과 갈등을 중심으로 풀어내면서, 위에서 언급한 흥미로운 소재를 잘 이야기에 버무려내어 읽는 이의 흥미를 더하고,
여기에 끊임없는 궁금증을 던져넣어(예를 들면 처음에는 저 주인공이 어쩌다 저렇게 변한걸까, 남주는 왜 저렇게 바뀐걸까 그러다가 제5황녀는 왜 저렇게 된 걸까 등등) 독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대체 왜?를 되뇌며 다음을 외치게 하는 이야기꾼적 면모 또한 갖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모든 것을 양립하면서 이야기를 진행하기가 참으로 까다롭고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작가님이 이 부분을 잘 조율하여 진행하셨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계속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다만 처음에는 등장인물이 여럿 등장하고 지명과 사건이 여럿 나오다보니 다소 어렵게 느껴지실 수 있는데, 이 부분은 작가님이 글목록 위에 올려놓으신 참고사항(등장인물을 정리한 글)을 보시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되실 듯 합니다.
저는 아래와 같이 메모장에 적으면서 20장까지 읽다가 뒤늦게 참고공지를 알고 삽질을 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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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약 3년여의 여정을 거쳐 가면서도 변치않는 별리낙원만의 장점이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 생각되는데, 이후에도 변치않고 계속 이어지며 마지막까지 함께 하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이상 별리낙원 감상 후기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