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장벌레_슬픈 우리들의 자화상 공모(비평)

대상작품: 송장벌레에게 (작가: 엄성용, 작품정보)
리뷰어: r2d2, 17년 6월, 조회 54

송장벌레를 읽고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이 생각났다.

그 시의 일부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사실 송장벌레는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의 다른 이름이었다.

1975년은 남베트남이 베트콩에 의해 완전히 점령 되던 해였다. 마지막 점령군이 미대사관으로 몰려들던 시기 남베트남에 있던 사람들은 미군의 헬기를 타기 위해 몰려들었다. 자유의 땅 미국으로 갈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고 그야말로 대사관 앞은 아비규환이었다.

베트남에서는 이런 목숨 건 탈출이 한 번 일어났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비극이 매일 벌어진다. 입시와 취업이란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그들은 서 있는 사람보다 훨씬 적은 의자에 앉기 위해 경쟁을 한다.

뉴스에서는 공무원 공부를 하기 위해서 수 천만원의 돈이 들어간다고 한다. 물론 그 부담은 오롯이 부모의 몫이고 공부하는 이는 그 사실을 더 잘 알기에 필사적으로 시험에 매달린다. 이런 사정이야 어쨌든 그 문을 통과하는 이의 수는 정해져 있다. 그리고 남은 자는 송장벌레의 먹이가 된다.

작품에서 주인공은 결국 시험에 합격했지만 그리고 그는 헬기에 올라탔지만 이미 그의 몸은 쏟아지는 총알에 의해 망신창이가 된 후였다.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과 자신의 능력에 대한 불신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그는 온 몸에서 피를 흘렸다. 그리고 그 피 냄새를 맡고 송장벌레들이 그에게 몰려들었다.

이 작품은 그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나 자신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다. 모두가 누군가의 송장벌레가 될 수 있고 또 그들의 먹이도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참 암담하고 슬프게한다.

주인공 집에서의 마지막 장면은 마치 온 몸이 기계가 되고 얼굴만 남은 영화 로보캅을 생각나게 했다. 항상 그 장면만 생각하면 마음이 먹먹하게 슬프다.

그럼 나는 나 자신을 보고 뭐라고 말해야 할까.

나는 살아있는 걸까 아니면 죽어있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죽지 못해 살아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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