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그 놈의 호기심이 문제다! 비평

대상작품: 더 도어 (작가: 우명희, 작품정보)
리뷰어: 피오나79, 17년 6월, 조회 64

눈 감지 마라. 혼자 있지 마라. 그리고 잠들지 마라.

공포 장르의 몇 가지 규칙이 있다. 절대 뒤돌아보지 말라. 불을 끄지 말라. 혼자서 행동하지 말라. 등등..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시작은 바로 호기심때문이다. 하지 말라는 것은 다 이유가 있게 마련인데, 항상 그 놈의 호기심이 문제다. 그것 때문에 자신이 무슨 일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고 그들도 알 고 있다. 하지만 열지 말라면 더 열고 싶고, 모른 척 하라면 더 나서서 아는 척 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라 어쩔 수가 없다. 우명희 작가의 <더 도어> 역시 바로 그 호기심을 자아내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주인공인 ‘나’가 운영하는 공장에 바닥재를 살피러 일 년에 두세 번씩 들르는 제일교포 와타나베. 저녁 식사를 하고 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술을 마시고는 와타나베가 문득 자신의 별장에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그동안 단 한번도 그런 제안을 한 적이 없기에 갑작스러웠지만 ‘자’는 그와 동행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렇게 도착한 와타나베의 별장은 어쩐지 으스스하다. 아무도 없는데 불이 켜진 2층의 한 곳. 이상하게 전원을 모두 차단해도 그 방엔 항상 불이 켜져 있다고 말하는 와타나베. 가구가 거의 없어 스산한 1층을 지나 서른 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 그들은 2층에 올라간다. 와타나베는의 취미는 무명화가들의 그림을 싼값에 사서 50배 이상 오를 때까지 소장했다 경매에 내다파는 것이었다. 와타나베는 그가 소장한 그림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창문을 뛰어 내리는 벌거벗은 노인, 청산가리를 마시는 수녀, 소녀의 자궁을 뜯어내는 마녀, 악마의 이빨에 낀 신부, 태아를 먹는 산모….

그가 작품을 선별하는 중요한 기준 중의 하나는 바로 화가가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거였다. 죽은 화가의 작품 중 기괴한 그림만 구입한다는 거다. 그래야 그림 값이 올라가기 때문에. 와타나베는 8년 전 자신에게 그림을 팔러 온 조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돈을 꿔달라는 조카에게 그림을 산다는 조건으로 한 가지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1년 뒤 어떠한 방법으로든 세상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거였다. 살아 있는 무명화가의 그림은 낙서에 불과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림을 판 뒤 조카는 1년 뒤에 세상을 떠났고, 그 그림과 관련해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와타나베는 그림이 사람을 데려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함께 왔던 여자가 사라지고, 데려온 고향친구도 사라져버린다. 그림이 사람을 데려간다는 게 가능한 일일지 의심스러운 ‘나’는 직접 그 그림을 확인해보기로 한다. 과연 그는 그 그림을 보고 무사할까?

와타나베라는 비열한 인물은 자신의 가족에게도 오로지 비지니스적인 면만 강요해 결국 조카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물질을 위한 인간의 탐욕을 적나라게 보여주며,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 채 말이다. 무명 작가의 작품이 그가 죽은 뒤 100배 이상 뛰어 오를 수 있다. 그렇다고 한들 그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살아 있는 이를 죽게 만드는데 거침이 없다니, 잔혹한 인간의 내면을 고스란히 그려내는 작가의 솜씨 또한 능숙하다. 호기심에서 시작해 독자들의 이야기 속으로 끌고 들어가 오싹한 두려움을 느끼게 만드는 이야기라, 요즘 같은 날씨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