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 속에 숨은 비범함 공모(비평)

대상작품: 블루베리 초콜릿 올드패션 (작가: 해도연, 작품정보)
리뷰어: 루주아, 17년 6월, 조회 51

어제 ‘세탁기가 있는 반지하’ 리뷰에 썻던 표현을 다시 한번 쓰게 되네요. 한국의 소설가들은 극한 직업입니다. 특히 사이버 펑크, 정치, 그리고 여성이 주인공인 호러를 쓰는 분들이요. 현실이 훨씬 기이할 뿐만 아니라 독자들은 현실에는 개연성을 요구하지 않거든요. 어제는 호러였고, 이번에는 사이버 펑크 라는 점이 차이점이네요.

 

처음에 읽으면서 저는 당연스럽게 신식 탐정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올드패션 도넛과 커피를 언급하는건 이 소설이 정말로 하드보일드하거나, 혹은 전혀 하드보일드 하지 않거나를 예고한다고 봤거든요. 그리고 쭉 읽었죠. 아나그램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았고, 꿈에서 받은 영감은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되기에 충분했죠. 주인공은 사건을 해결하고 다시 현실로 복귀합니다.

 

하지만 이건 좀 불만족 스럽습니다. 이게 범죄 소설이라면, 이른바 장르의 문법을 따른다면 휴지기가 불충분 해요. 물론 주인공이야 충분히 숙성시키고 최후의 수단을 써서 푼 문제겠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막 시작한 문제가 갑자기 해결되어 버린 거니까요. 내 뇌는 아직 미스터리를 갈구하고 있는데!

 

평범함 속에 숨은 비범함 이라고 했지만, 담고 있는 그릇이 더 평범했으면 어땟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좀 더 클리세를 팍팍 쓰면서 생활이 망가진, 원치 않는 물건을 습관적으로 구매하고, 그 물건 덕분어 힌트를 얻어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였으면 어땠을까요? 어차피 그릇이지만, 문제와 트릭이 단순한 맥거핀으로만 남을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저는 때문에 이 소설이 경계에 대한 소설이라고 생각했어요. 인레 작가의 ‘꿈을 걷는 고양이’나 그런 것처럼요. 자각몽이 나오고, 담고 있는 그릇-범죄 소설은 약간 부실해 보여요. 그렇다면 아마도 다른 테마를 담고 있기 때문에 약간 허술하게 만들어진 것이겠지요. 하지만 다른 분의 리뷰를 읽고 다시 보니까 웬걸. ㄱㄱ만 맞았던거 같네요. 의식과 무의식이니까 경계도 틀리진 않았을까요.

 

힌트가 다분히 노골적으로 산재해 있지만, 맨 마지막 광고가 없어 눈요깃거리가 없다는 말 다음에 세스카-솔베던을 보여주면 어땟을까 싶네요. 정말로 노골적인 최후의 힌트로요. 눈요깃거리와 광고를 제공해 주는 곳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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