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이 계속되기만 한다면 뭐든지 좋아 감상

대상작품: 나의 단도박 수기 (작가: 양진, 작품정보)
리뷰어: 일요일, 2시간 전, 조회 3

도박을 하는 사람들은 다 제정신이 아닌 걸까? 누가 봐도 말도 안되는 판돈과 게임과 수법에 놀아나는 듯한 사람들은 사실은 누구보다 제정신인 사람들처럼 보인다. 누구보다도 자신을 해명하고 설명할 준비가 되어있는 주인공은 도박에 빠지고 마지막 베팅에서 모든 것을 날린 후 어머니에게도 버림받고 초라한 회원카드(적립포인트 있음)만 남은채로 작은 가능성에 매달려 배팅을 계속한다.

카지노에서 안되면 맞대기로 질이 나쁜 곳에서 더 나쁜 곳으로 이동하는 주인공의 추락은 따라가는 것만으로 흥미를 돋군다. 누구보다도 제정신인데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을 잘 설명할 수 있는데 누가 봐도 말도 안되는 게임에 매달려 갈비뼈가 부러질 계획을 짜고 있다니 재미있어서 참을 수가 없다. 적당한 가격과 배팅막대의 번쩍임만 있다면 주인공은 언제든 게임에 배팅할 준비가 되어있다. 인생이 망가질 준비가 된 주인공처럼 즐거운 소재가 또 있나 싶을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주인공은 얼마 가지지도 않은 돈과 포인트를 아낌없이 도박에 배팅한다.

인생은 똑바로 살아가기만해도 피곤하고 말도 안되는 일이 계속 일어난다. 똑바로 살았다고 생각했는데도 욕을 먹거나 제대로 일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한심하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그렇다면 도박은 애초에 좋고 나쁘고가 없다. 그냥 나쁘기만 하니까. 잘 된다 하더라도 돈을 버는거고 도박으로 돈을 벌었다해도 좋은 소릴 해줄만한 정신 똑바로 박힌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매달려 좋은 결과를 상상하고 아낌없이 배팅하고 망가져가는 주인공은 너무나 큰 재미를 주는 것이다. 홀린듯이 읽기 시작해서 끝까지 읽고 난 다음에서야 한숨을 푹 쉬게 되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이상한 세계에서 엉망진창인 우주에 내던져진채로 미래고 현재고 중요한 건 오직 “불리고 가는 것”인 이 세계가 주는 쾌감은 짜릿하다. 결과가 나올때까지 꺼질 수 없는 세계에서 주인공이 엉망진창으로 구르는 이야기처럼 즐거운 것도 없다. 우리 모두가 이 엉망진창의 쾌감에서 구를 수는 없지만 주인공은 할 수 있고 SF의 세계에서라면 더욱 과격하고 엉망진창으로 구를 수 있다. 아주 작은 운도 작은 만남도 운명을 바꿀 수 있으니까. 그것 하나만으로도 구를 이유는 충분하다.

읽는 내내 정말 즐거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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