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본 리뷰는 소설 전반을 다룰 것이기 때문에 먼저 작품을 읽은 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정적인 몰입도가 높은 작품이라 금방 읽을 수 있습니다.
본 작품은 첫 시작부터 슬픔을 진하게 머금고 있다. 필자는 두 번째 문단부터 그것을 강하게 느꼈고, 어떤 결말을 보여줄지 무척이나 기대하며 읽었다.
본 소설은, 폭식증에 무분별하게 무언가를 먹는 엄마 ‘미화’를 극도로 싫어하는 딸 ’나’가 우연한 기회로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게 되고, 거기서 ‘나’를 임신한 어린 ‘미화’와 만나 어떠한 선택을 한다. 마침내 엄마는 ‘나’를 찾아 시간여행을 하게 되고, 딸과 다시 만나 마음을 통하는 과정을 그린다.
소설 전반에 ‘나’가 엄마에게 품는 감정의 점진적인 변화가 스며 들어있다. 특히, 지금과 다른 엄마의 모습을 보며 ‘나’는 감화된다. 지금과 완전히 다른 예쁜 외모부터 ‘나’를 낳겠다는 의지까지 ‘나’는 어린 엄마와 시간을 보내면서 엄마를 사랑했던 시간을 떠올리고, 또 엄마에게 최선일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 ‘나’를 낳지 말라는 것. 그것이 엄마의 미래(현재)를 바꿀 수 있는 가장 큰 결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는 돌아오지 않는 딸을 데려오기 위해 시간 여행을 시도하고, 두 사람은 재회한다. 이 장면은 소설의 클라이막스로 깊은 감동을 받았다.
누구라도 찬란한 순간이 있다. 이것을 부정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막상 필자도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대답하기 곤란하겠지만, 소설에서처럼 ‘찬란한 순간’은 찰나에 불과하며,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은 좋은 추억은 잊고, 힘든 경험만 떠올리기 마련이다. 아마 어린 ‘미화’도 딸을 가졌을 때는 현재의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주위—부모의 반대까지 무릅쓰고 딸을 낳기로 결심했으면서 아이에게 너같은 건 괜히 낳았다,고 심한 말을 뱉을 정도니 전부 까먹었을 것이다. 어쩌면 기억하고 있지만 그 기억이 꿈만 같아서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치부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막상 딸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되자—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자 엄마는 ‘나’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깨닫게 된다. 이건 ‘나’도 자신이 몰랐던 엄마의 모습을 알게 되었을 때, 몰랐던 감정을 깨닫게 된다.
잃어야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감정선 면에서 몰입도가 아주 높은 작품이다.
다만, 아쉬운 점 몇 가지를 말해보고자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다.
먼저, 시간 여행에 대한 설명이다.
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으며, 왜 시간 여행을 하기 위해서 과일을 터뜨려야 하는가?
작품에서 이것에 대해 딱히 설명이 없다. 할머니가 등장하지만, 이러한 설정에 대한 설명은 없다. 정확한 건 몰라도 할머니가 ‘나’에게 시간 여행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처럼 작가가 독자에게 단서를 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영화 ‘어바웃 타임’처럼 ‘우리 집안 여자들은 시간여행이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선 과일을 짓눌러야 해.’ 던가 같은 과학적인 설명이 아니더라도 시간 여행에 대한 설명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또한, 어린 미화에게 주어지는 정신적 고통이 일방적이고 원초적으로 느껴졌다. 어린 아이가 임신한 것을 고운 시선으로 보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시대상이 언제인지 알 수 없으나, 현재까지도 어린 소녀가 임신했다고 하면 좋은 소리를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지나가는 여자애가 미화에게, 그것도 동행이 있는데 막말하는 건 뜬금없다고 생각했다. 친한 친구도 아니고(친한 친구라면 때와 장소를 가리겠지만), 어쩌다 만난 얼굴만 아는 사이처럼 보이는데, 애를 지우라거나, 친구들 안 보고 싶냐거나, 창녀라고 비난을 하는 모습은 다소 뜬금없이 느껴졌다. 미화가 겪는 극단적인 상황을 ‘나’에게 전달하기 위해 등장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런 정신적인 박해 속에서도 아이를 낳은 엄마가 지금처럼 무기력하게 변했다는 게 잘 이어지지 않았다. 할머니마저 아이를 지우라고 말했는데, 그런 엄마와 멀쩡하게(?) 대화하고, ‘나’가 할머니에게 조언을 얻는 것도. ‘나’가 어린 엄마의 상황을 이해했고, 엄마가 할머니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하더라도(실제로 받았는지는 모르겠다) 시간 여행이라는 허무맹랑할 법한 이야기를 스스럼 없이 꺼내는 게 세 사람의 관계가 어떤지 잘 이을 수 없었다. 할머니가 ‘나’에게 시간 여행을 알려주고, ‘나’와 엄마의 과거를 객관적으로 인정하는 역할임은 머리로는 알겠지만, 쉬이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아쉬웠다.
필자 멋대로 떠들어댔지만, ‘오렌지’는 좋은 작품이다. 독자의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작품을 쓰는 것이 무척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본 작품은 감정적인 후폭풍이 세다.
필자가 오독하여 엇나간 부분이 있다면 선연 작가님께서는, 일개 한 명의 감상이니 가볍게 받아주셨으면 좋겠다. 이렇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구나, 아량 넓게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좋은 작품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