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 맞죠? 공모(감상)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그린티대학교 녹차빙수제조공학과 신입생 안내문 (작가: 녹차빙수, 작품정보)
리뷰어: NahrDijla, 22년 6월, 조회 68

※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이 리뷰에는 의도적으로 작품의 일부 내용이 생략되어있습니다.

※ 보다 산뜻한 독해를 위한, 그리고 산뜻한 리뷰 작성을 위한 필연적인 조치임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은 공감의 동물입니다. 그리고 관찰의 동물이지요. 원근감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일 때 우리는 그 것들을 상상하고 이입하게 됩니다. 그 것은 멀리서 볼 때에는 추측이 되며 가까이서 보면 르포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감추고 있는 것들을 제외하고도 살피기 끔찍한 것들이 놓여 있다면 어떨까요. 소설이 묘사하는 세계는 가히 말로 설명만 들어도 소름이 돋는 그런 종류의 ‘똥군기 학과’입니다. 우리는 ‘똥군기 학과’라는 단어에 초점이 맞춰, 그린티대학교 녹차빙수제조공학과 신입생 안내문을 매개로 삼아 우리가 소속하지 않은 집단의 생태를 상상합니다. 그 것들을 요약하자면 선배에게 무조건적인 복종, 착복, 린치, 구타, 기수열외 외 기타 등등 지구상에 현존하는 모든 똥군기를 모아둔 것 같습니다. 그 것은 멀리서 봐도 참으로 비극스럽습니다.

 

규칙 괴담의 특징과 작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대표적으로는 어기는 사람의 치명적인 위협으로 작동하는 지점들, 진위는 가려진 채 추측의 영역으로만 남는 지점들,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치명적인 위협으로 작동하는 지점들은 공포 소설에서 으레 나타나는 부분이니, 실질적인 특징이라고 한다면 진위는 가려진 채 추측의 영역으로만 남는 지점들이 되겠네요. 그리고 종종 나타나는 서로 상충되어 모순점을 일으켜 혼란을 일으키는 지점들도 있을 수 있겠죠. 녹차빙수님의 소설 <그린티대학교 녹차빙수제조공학과 신입생 안내문>은 그런 일반적인 규칙 괴담 특징들을 차용하되 따라가지는 않습니다. 소설 내 규칙들은 위험하기는 하지만 그 치명성은 다소 상대적으로 보이며, 진위 역시 주변 인물들의 해설에 따라 명료하게 드러납니다. 하지만 소설의 흥미로운 지점은 이 언 듯 현실적으로 보이는 사안들을 전복시켜 위협으로 현현한다는 것입니다.

 

호러가 불러일으키는 감정은 섬뜩함과 동시에 안도감입니다.

뜬금없이 웬 안도냐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호러 소설과 우리의 거리감을 명확하게 함으로써, 위협 받는 스릴을 거쳐 안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합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호러를 심미적인 관점으로 관찰하여 미적 쾌감을 얻습니다. 아마도 주인공의 입장에서 ‘그린티대학교 녹차빙수제조공학과 신입생 안내문’을 읽는 것은 이처럼 호러 작품의 감상과 비슷한 영역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내 신입생 안내문의 마수가 펼쳐져, 마치 과거인양 묘사되었던 시점이 사실 현재에도 망령들로부터 이뤄지고 있었음이 밝혀질 때, 주인공의 호러 감상은 현실이 되고, ‘지배하지 못한 세계의 불안과 위협’을 받게 됩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우리가 호러 소설적인 감상이 이뤄지는 부분이 바로 이 반전 부분에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주인공의 기묘한 체험에서부터 우리가 지배하지 못한 세계의 불안과 위협을 체험하게 되지만 동시에 있을 리 없는 ‘그린티대학교’의 허구성으로 말미암아 안도감을 느낍니다.

 

불안과 공포의 기원은 거부된 타자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합니다.

소설에서의 거부된 타자는 폭력입니다. 우리가 폭력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은 ‘그린티대학교 녹차빙수제조공학과 신입생 안내문’ 내에서 강력한 공감 기제로 작동합니다. 으레 회고나 폭로에 의해서만 전해져오는 이런 가혹행위들은 우리가 도피하고자 했으나 도피하지 못했다는 사실로 말미암아 부조리함으로 표현됩니다. 동시에 이 추체험적인 공감은 그로테스크하게 우리 앞에 소환됩니다. 소설 내에서 이는 추방된 방식으로써 표현되지만 동시에 끈질기게 살아있음을 반전으로 드러냄으로써 폭력의 피해자들이 유구함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끝내 그린티 대학교의 학생회는 학교가 망했어도 끝없이 신입을 모집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미 죽어서까지 부조리를 유지하는 그들의 욕망은 무엇에 기인하는 걸까요. 언듯 유쾌한 듯 보이지만서도 끔찍함이 입에 감도는 녹차빙수님의 소설 <그린티대학교 녹차빙수제조공학과 신입생 안내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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