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장점에 비추어 감히 남겨보는 독자로서의 비평 공모(비평)

대상작품: 너는 무엇에 눈이 멀어 (작가: 사피엔스, 작품정보)
리뷰어: VVY, 2시간 전, 조회 5

잠을 없애주는 신약이 개발됐습니다! 이름은 올나이트.

말 그대로 인간의 생활 반경을 밤 전역으로 확대해주는 혁신적인 약.

한국인들이 이걸 어떻게 참습니까? 경쟁과 유흥의 민족. 올나이트는 날개 돋힌 듯이 팔려 나갑니다.

그러나 수면에는 치유의 효과도 있었던 것인데, 단지 기능적인 면에만 치중한 약물은 이를 간과하였지요.

불 붙은 욕망으로 남용되는 약물이 뇌 손상을 일으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스트레스로 과열되는 한국 사회가, 작은 학급 단위부터 들끓습니다.

 

제가 읽기에 작가님 글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1. 합리적이고 간결한 진행

소설 도입부에서 올나이트가 소개된 후, 곧장 제약회사를 다니는 주인공 아빠의 설명이 이어집니다.

약의 작용 기전을 알려주는 부분인데요. 어렵지도 않고 논리가 명쾌합니다.

동시에 약을 둘러싼 쟁점이 몇 가지 제시됩니다. 정부의 일반의약품 허가, RK홀딩스의 로비, 과다복용에 의한 부작용 주의, 엄마의 동생에 대한 아픈 기억 등.

가족 간 대화의 빠른 진행이지만 흐름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와중에도 상황 풀이에 개연성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저 ‘제약회사 로비받아서 사악한 약이 허가됨’이라는 단순한 설정이 아니었습니다. 밤낮 구별이 없어짐에 따른 경제활성화를 노린 정부의 셈법이나, 다소 부정한 로비가 있음을 알면서도 좋은 취지로 넘어가자며 가족들에게 비밀엄수를 시키는 아빠의 묘사 등 현실성을 챙긴 디테일이 훨씬 풍성합니다.

이러한 풍성한 이야기를 빠르고 과감하게 제시하며 물 흐르듯 통과시킨다는 것. 이것이 참 좋은 장점으로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독자로서 시원시원하게 읽히는 맛이 좋았습니다. 단편 치고는 분량이 적지 않은 편인데도 말이죠.

 

2. 현재 한국 사회의 쟁점을 널리 포섭하는 것

글의 소재도 그렇고 배경도 그렇고, 경쟁에 미친 한국 사회를 정확히 표적 삼은 소설입니다.

수능을 향해 달리는 고3 학급이나, 오픈런을 위해 새벽같이 줄 서는 사람들이 나오는데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올나이트라는 소재와 연결될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잘 포착하신 셈입니다.

다만 우리와 가까운 만큼이나 풍자로 삼기에는 조심해야 할 텐데, 이 소설은 일단 올나이트가 원흉이기 때문에 ‘경쟁에 미친 한국 사회’가 묘사되어도 거부감이 없습니다. 우리가 직접 지적당하는 게 아니니까요.

이렇게 출발한 ‘과열경쟁과 서로 속물이 되어가는 관계’라는 우리 사회의 쟁점은, 후반부 드러나는 형서의 과거에서 좀 더 직접적으로 비판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거부감이 없습니다. 이미 위에서 한 단계 거쳐 들어온 쟁점이기도 하거니와, 형서 역시 속물이나마 그들과의 관계를 필요로 했다는 고백이나, 여전히 가영이를 좋아하고 이해한다는 말을 함으로써, 이것은 형서 본인의 입체적인 이야기가 되었고, 그래서 독자는 사회비판보다는 우선 ‘형서의 이야기’로 바라보기 때문이지요.

시작부터 ‘우리 사회 비판’이라고 깔고 들어가면 사실 보수적인 독자는 경계하면서 봅니다. ‘이 작가가 그 현상의 복잡한 여러 층위를 세심히 살피고 비판하는 게 맞나?’ 하지만 잘 조형한 등장인물에 제대로 이입한 뒤라면 경계심은 이미 허물어집니다.

물론 위에서 보았듯 이 글이 실제로 현실적 디테일을 챙기는 풍성함을 갖추고 있더라는 점도, 독자가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데 크게 작용했습니다.

작가님의 의도가 실제 풍자였든지 아니면 단순히 소재 차용에 불과했든지 간에, 이처럼 우리 사회와 밀접하게 결합되면서도 무난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야기는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3. 등장인물에 대한 공감대 형성

위 1, 2에서 자연스럽게 뻗어나오는 장점인데요.

등장인물의 합리적인 행보와 입체성 있는 묘사,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인 점 등등이 모두 결합되어 인물에 쉽게 이입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 여진, 조력자 형서뿐 아니라 중간에서 흔들리는 아빠, 심지어 문제를 일으키는 주인공의 엄마, 가영이에게도요.

특히 엄마가 점차 돈에 혈안이 되어 뻥튀기를 팔다 이런저런 사건이 겹치며 감정이 격해져 폭주하는 씬은, 그 고조되는 현장감이 일품입니다. 이를 두고 가영이가 ‘내가 중간고사를 망치면 다 네 엄마 때문이다’라고 쏘아붙이는 것이 화룡점정이죠. 그 현장뿐 아니라 올나이트가 만들어내고 있는 이 상황 전부가 어떤 극한으로 치닫고 있음을 단박에 깨닫게 해주는 굉장한 연출이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1, 2, 3의 장점이 서로를 보강하고 더 튼튼하게 만들어주기에, 독자는 이 소설을 막힘없이 순식간에 읽어내려갈 수 있습니다.

현실을 담아낸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소설이니까 소설로서’ 편히 읽히는 일종의 경지라고 할까요.

 

그러면 제가 한편으로 짚고 싶은 아쉬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후반부 이야기라서, 스포일러 달겠습니다.

 

여기까지입니다.

보통 리뷰 쓸 때 장점에 대한 감상만 쓰는 편인데, 명시적으로 비평도 허용하신 참에 한 번 감히 이렇게 써보았습니다.

아쉬운 부분도 말씀드렸습니다만 그보다는 장점이 돋보이는 소설입니다. 어쨌거나 상당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흔쾌히 읽었고, 여진과 형서에 대한 흐뭇한 감상이 남은 글이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장점을 소유하신 작가님이 참 부럽습니다. 저는 이렇게 우리랑 가까우면서도 쉽게 읽히는 글은 잘 못 써서…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최근 작가님께 출간과 수상 등 이런저런 좋은 소식이 많더군요, 축하 말씀 더불어 드립니다. (여담입니다만 한 가지 같은 공모전에서 먼저 수상하신 선배 작가님이시고 육아 동지기도 하시어, 혼자 공연히 내적 친밀감을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쭉 건필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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