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길라는 없고 에녹은 있다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언제나 밤인 세계 (작가: 하지은, 작품정보)
리뷰어: 커피는 하루 두잔, 22년 3월, 조회 139

아길라는 없고, 에녹은 있다.

그건 다리이기도 하고, 마음일 수도 있으며, 어쩌면 사랑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그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날 때부터 몸이 서로에게 붙어 있는, 통칭 샴쌍둥이인 아길라와 에녹은 갓난아기 시절 둘 모두의 생명이 위태로웠던 터라 분리 수술을 받게 된다. 의사들은 에녹으로부터 아길라를 떼어냈고, 이 과정에서 인물들 모두 아길라의 죽음을 점쳤다. 하지만 기적적이게도 아길라는 하반신을 잃었음에도 살아남았다. 그리고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다. 7년 정도만.

7살이 되는 해, 하녀장으로부터 자신이 본래 죽을 운명이었다는 것을 들은 아길라는 부모님이 두 사람의 목숨을 저울질한 후 에녹을 골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때 무언가를 깨닫게 된 아길라는 분노에서 돋아난 폭력성을 내보이기 시작한다.

(이 밑은 약 17화까지의 내용만을 포함한 리뷰입니다.)

물론 아직 결말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가능성을 이야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나면 끊임없이 앞으로의 전개, 또는 결말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언제나 밤인 세계>는 빠른 전개 속에 다채로운 감정과 복잡한 서사를 유려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섬세하게 짜인 장면들과 이야기 속에 숨겨진 복선들이 한 눈 팔 틈을 주지 않는다. 한 문장도 놓치고 싶지 않다. 반짝이는 물건을 찾은 까마귀처럼 화면에 눈이 고정된 채 쉴 틈없이 읽어내려 갔다. 작품이 당도할 결말이 너무나도 궁금하다.

명대사로 글을 끝내면 어딘가 허세가 충만해 보여서 좋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영화 데미지에 나온 명대사를 적고 싶다. “상처받은 사람들을 조심하세요. 그들은 살아남는 법을 알고 있으니까요.”


 

여담 1) 모리세이라는 인물이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커피에 설탕과 우유를 넣지 않다니, 아주 훌륭한 인물입니다. 사실 하지은 작가님의 전작들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댓글을 통해 알았는데 이전 작품들에도 등장한 인물인 듯하네요. 알게 된 김에 이전 작품들을 먼저 읽고 다시 읽기 위해서 잠시 독파를 멈춘 상태입니다. 이전 작품들을 읽지 않아도 상관없을까요?

여담 2) 저는 정신분석학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 작품을 읽는 여러가지 도구들 중의 하나 정도로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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